"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도 정부의 경제성장 우선주의
환경단체 등 NGO '국익 위배' 강력 탄압…美대사 나서 비판
(서울=연합뉴스) 정일용 기자 = 인도 정부가 외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NGO)를 강력히 탄압해 비난을 자초했다.
리처드 베르마 인도 주재 미국 대사는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사회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인도 정부는 최근 몇 개월 사이에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인디아'의 은행계좌를 동결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정부는 또 이 단체 관계자가 석탄 채취를 반대하는 로비활동차 출국하려는 것을 막았고 이 단체에 대한 포드재단의 기부금을 다시 조사하고 있다.
베르마 대사는 이날 뉴델리에서 행한 연설에서 "인도 비정부기구가 겪는 시련에 대한 보도를 우려를 지니고 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활기찬 시민사회가 인도, 미국 모두의 민주주의에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NGO에 집중되는 규제조치가 '냉각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집권한지 1년이 다 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토지수용, 환경문제 같은 '장애물'을 과감히 제거하고 경제성장과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인도 정부가 그린피스 등 많은 환경단체의 활동을 세계 경제강국으로 일어서려는 인도의 염원 달성에 해로운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인도 정부는 미국에 본부를 두고 인도에서 활동하는 '시에라 클럽', '350.org' 등 환경보호단체의 자금 이체를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포드재단의 기부금 내역을 조사대상에 추가하고서 포드재단이 연차 보고서 및 회계장부를 제때 제출하지 않고 '인도의 국익과 안전'에 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에는 그린피스 인디아가 외국 자금을 받지 못하도록 국내 은행계좌를 동결했다.
이 때문에 그린피스 인디아는 지난 5일 '앞으로 한 달 정도밖에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답답해했다.
그린피스 인디아의 사무국장 사미트 아이치는 "정부가 우리를 질식시키고 있다. '정부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마'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모든 NGO에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치 사무국장은 "정부는 우리 모두가 환경 '감시견'이 아니라 '애완견'이 되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린피스 활동가인 프리야 필라이는 지난 1월 영국 의원들에게 삼림을 훼손하고 거주민을 내쫓는 인도 중부지역의 한 석탄 광산 개발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려고 출국하려다 저지당했다. 광산개발 회사는 영국에 등록돼 있다.
다수 인도인들은 필라이와 그린피스가 '반국가적'이라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자원 개발전에 외국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 인디아는 소송을 제기했고, 델리 고등법원은 지난 3월 출국금지자 명단에서 필라이를 삭제하라고 판결하면서 '정부가 반대 의견을 말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700여개 NGO가 가입한 '인디아소셜액션포럼' 위원장 윌프레드 드코스타는 "NGO가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정부가 말하지만 도대체 누가 국익을 규정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지난주 뉴델리에서 여러 단체가 회합을 하고 "표현, 결사, 반대의사 표시의 권리에 정부가 정면공격을 가하고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NG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모디 정부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전임 만모한 싱 총리 정부도 반핵단체 등 국내 비정부기구에 외부 지원금이 들어오는 것을 엄격히 통제했고 외부 자금을 받은 여러 단체에 대해 승인을 취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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