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발루치스탄 독립운동가'의 신산한 삶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07 16: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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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끊임없이 살해위협…끝내 아들 잃어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독립운동가'의 신산한 삶

군부, 끊임없이 살해위협…끝내 아들 잃어



(서울=연합뉴스) 정일용 기자 = 마마 카디르 발루치를 어떤 행사에 초대하는 것은 파키스탄에서 위험한 행위이다.

73세인 이 인권운동가는 늘 살해위협을 받는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암살 표적이 되곤 한다.

지난 6일에는 카라치대 측이 파키스탄의 가장 강력한 권력집단인 군부의 비위를 맞추려고 예정된 강의를 취소하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은행 퇴직자인 발루치는 2009년 이후 카라치 기자클럽 옆 인도에서 1인 농성을 계속해왔다. 주위에는 고향 발루치스탄에서 군부에 납치돼 사라졌다는 사람들의 사진이 놓여져 있다.

아프가니스탄 국경과 인접한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에는 인구는 얼마 되지 않지만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60만 대군과 최신형 무기에 핵무기까지 보유한 파키스탄은 잘 알려진 대로 이 곳의 이슬람 무장단체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파키스탄의 숙적 인도가 지원한다는 발루치스탄 분리 독립주의 반군과 2006년부터 싸우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반군으로 의심되는 사람, 분리주의 지지자를 납치해갔고 종종 고문으로 숨진 이들의 시체를 무더기로 버리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권단체는 독립운동가들 역시 다른 지방에서 발루치스탄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 특히 교사와 근로자를 살해했다고 비난한다.

발루치의 1인 농성은 파키스탄 군부 입장이 점차 확고해짐에 따라 발루치스탄 및 여타 문제를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당초 발루치와 다른 두 명의 발루치스탄 연사가 지난 6일 연설하기로 돼 있던 강당은 문이 잠겨 있었다. 이 토론회를 조직했던 교수들은 하루 앞서 대학 측으로부터 "민감한 사안과 관련된 세미나는 대학 구내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

그러나 학생들과 일부 교수는 그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발루치는 밤을 틈타 몰래 학교 안으로 들어왔고 결국 예정했던 날에 200명이 모여 그의 연설을 들었다.

정치 토크쇼의 친군부 앵커들은 발루치를 '배신자', '외국 간첩' 등으로 부른다.

발루치는 종종 파키스탄 정보기관원이라고 밝힌 남성이 살해위협을 한다면서 정보기관이 자신을 살해하는 게 발루치스탄 문제를 더 꼬이게 할 것인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발루치는 공개적으로 고향 지역의 분리독립을 주창한다. 그는 살해위협이 자신의 소신을 무너뜨리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카라치 기자클럽 부근 거리 인터뷰에서 "내가 여기에 와서 우리 순교자들, 실종자들 사진을 전시하고 그들의 젊었을 적 얼굴을 바라보면 오히려 힘이 솟는다"며 "때로는 온종일 홀로 앉아있기도 하지만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 보안기관이 2009년 2월 발루치스탄 독립당 당원인 아들 잘릴 레키를 발루치스탄 주도 퀘타의 집에 억류했을 때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발루치는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2011년 '농성을 그만두거나 아들 시체를 받아가라'고 경고한 지 20일 뒤 "구타 흔적이 있는 아들 시신이 이란과의 접경지역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그가 주 연사로 나섰던 토론회 주최자가 총격으로 사망했고 지난 3월에는 뉴욕 토론회에 참석하려다가 공항에서 출국 금지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또 파키스탄의 가장 유명한 뉴스 앵커 하미드 미르가 발루치와 다른 독립운동가들을 다룬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카라치에서 총격을 받았다.

그는 "아직도 총알 두 발이 몸 속에 박혀 있다. 간신히 살아 남았다"며 군부 측에서 그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말라고 경고해왔다고 밝혔으나 군부 측에서는 총격 사실을 부인했다.

발루치는 2000년 이후 발루치스탄 실종자가 2만1천여명에 이르고 시신 6천구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수도 이슬라마바드까지 3개월간 도보로행진하며 발루치스탄 인권 문제를 부각했다.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어린이 등이 그의 뒤를 따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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