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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뚝뚝한 부산 경찰의 사랑고백 (부산=연합뉴스) 부산의 한 경찰관이 아내에게 전화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화들짝 놀란 아내는 "약 잘못 먹었느냐"고 면박을 주다가 이내 "죽을 만큼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부산경찰청이 어버이날을 맞아 진행한 '사랑한데이' 이벤트 영상의 한 장면이다. 2015.5.8 youngkyu@yna.co.kr |
무뚝뚝한 부산 경찰관들의 사랑 고백에 가족 반응은
아내나 부모에게 대뜸 "사랑한다"…대답은 "뭐라고, 미쳤나"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부산 사람을 두고 흔히 무뚝뚝하다고들 한다.
평소 배우자나 부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부산지방경찰청이 어버이날을 맞아 부산경찰청과 연제경찰서, 동래경찰서 소속 경찰관 50여 명을 대상으로 '사랑한데이' 이벤트를 열었다.
아내나 부모에게 전화해 대뜸 '사랑한다'라고 고백하도록 하고 스피커폰으로 상대방의 반응까지 담은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2분 40초짜리 영상은 아무 말도 못하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손사래를 치며 급히 자리를 피하려는 아저씨 경찰관들의 당황한 모습으로 시작한다.
"집사람 없어요", "장가갈 때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장가간 사람이다"는 핑계를 대는 사람도 있었고, "저는 좀 봐주이소(봐주세요)", "안 된다. 진짜 진짜"라며 읍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경찰관들은 멋쩍은 표정으로 전화해 어렵사리 "사랑한다"는 말을 꺼낸다.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모처럼 고백을 받은 아내는 "뭐라노(무슨 뜻이야?). 국 끓인다고 바쁘다", "미칫나?(미쳤어?). 약 잘못 묵었나?(먹었어?)"라고 면박을 줬다.
아들과 딸의 사랑고백이 생소한 일부 부모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뭐 인마. 왜 갑자기 사랑한다고 그라노(그러니)", "어휴 지랄한다", "뭐고(뭐야) 갑자기" 등.
감동을 고스란히 표현한 아내와 부모도 있었다.
한 아내는 "알았다. 내도 죽일 만큼 사랑한다"고 했고, 다른 아내는 "아이 러브 유(사랑한다는 영어 표현)"라고 화답했다.
한 어머니는 "오야(오냐) 사랑한다. 아유 기분 좋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고, 다른 어머니는 "나도 많이많이 사랑한다. 이뻐(예뻐) 죽겠다"고 기특해했다.
아버지에게 대뜸 "사랑해"라고 말한 한 여경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 자리를 떴다.
상대방의 반응이 어떻든 사랑을 고백한 경찰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이 고백을 받은 것처럼 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이 같은 영상은 부산경찰청이 8일 오전 페이스북(http://facebook.com/busanpolice)에 올리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불과 1시간 만에 2만3천여 명이 봤고, 1천600여 명이 '좋아요'를 클릭했다. 댓글도 130개를 넘겼다.
자신의 가족에게 사랑을 고백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화면을 올린 누리꾼도 줄을 이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이 소통하고 사랑이 넘치는 분위기를 확산하려고 이벤트를 만들었다"면서 "예상보다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8일 하루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카카오톡을 보내고 인증 사진을 올린 누리꾼 20명을 선정해 기념품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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