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캐머런, '브렉시트' 논의 주도권 경쟁(종합)
EU "핵심원칙 개정 협상 불가"…'사소한 규정' 협상 용의
(브뤼셀=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영국 총선에서 박빙 경쟁 예상을 깨고 보수당이 완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논의를 둘러싼 EU와 영국 간 관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영국 총선은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논의의 진전 여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2017년 이전에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출구조사에서 보수당이 승리한 것으로 나오자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 등 보수당 주요 인사들은 "이제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총선 승리는 영국 국민의 EU 탈퇴 지지 여론이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EU 탈퇴 명분이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브렉시트를 둘러싼 EU와 영국 간 논의에서 캐머런 총리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EU 전문매체들은 분석했다.
그동안 영국은 EU 탈퇴 카드를 무기로 EU 지도부와 EU 협약 개정 문제를 논의해왔다. 영국 보수당 정부는 국민투표 이전에 협약 개정을 통해 EU의 간섭을 덜 받는 입지를 확보하고 아울러 국민을 설득하는 카드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의 EU 탈퇴 움직임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캐머런 총리는 EU 정상회의가 지난해 융커를 EU 집행위원장으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끝까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아 융커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융커 위원장은 영국과 EU 협약 개정을 벌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융커 위원장은 특히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9년 11월까지 협약 개정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국민투표 이전 뿐 아니라 이후에도 협약 개정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EU의 이 같은 입장은 보수당이 선거에 패배해 아예 국민투표가 실시되지 않을 수 있고 국민투표까지 가더라도 영국이 실제로 EU를 탈퇴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보수당의 승리로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가 확정되고 EU 탈퇴 지지 여론이 확인됨에 따라 EU는 브렉시트가 실제 일어날 상황에 대비해야 할 처지에 직면했다.
캐머런 총리는 다음 달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상정하고 EU에 협약개정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융커 위원장 등 EU 지도부는 '이동의 자유'와 같은 핵심 원칙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8일 재선에 성공한 캐머런 총리와 EU 개혁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지만 상품, 서비스, 자본, 인력의 자유 이동을 보장하는 '4대 이동의 자유' 원칙은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마가리티스 시나스 EU 집행위 대변인은 융커 위원장이 핵심 원칙이 아닌 '사소한 규정'의 개정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으나 이동의 자유 원칙 변경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EU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과거 영국과 협상 자체를 거부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일정 부분에서는 협약 개정을 위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EU 주변 관측통들은 영국 보수당 정부도 EU 탈퇴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이 EU 탈퇴 국민투표를 공약한 것은 반(反) EU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의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며 아울러 EU와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논의는 탈퇴 여부가 아니라 이민자 대책과 일자리 문제로 환원될 것이라고 일부 관측통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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