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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a=연합뉴스) 지난달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러시아 공산당원들이 스탈린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
러시아서 스탈린 기념물 속속 등장…당국 '묵인'
리페츠크에 흉상·심페로폴에 기념판 제막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크렘린이 묵인하고 있다는 거센 우려 속에서 소련 시절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을 기리는 흉상과 기념판이 8일(현지시간) 제막했다.
공산주의자들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상대로 싸워 이긴 승전 70주년 기념일에 하루 앞선 이날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리페츠크시(市)에서 스탈린 흉상을 제막했다.
현지 공산당 지부장인 니콜라이 라즈보로트녜프는 AFP에 "우리는 역사에 침을 뱉을 게 아니라 역사를 소중히 여겨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는 승전기념일에 맞춰 (흉상을) 제막할 것을 약속했고 이를 지켰다"고 말했다.
1956년 니키타 흐루쇼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전임자인 스탈린의 범죄행위와 "개인숭배"를 맹비난한 지 약 60년이 흐른 현재에도 이 폭군은 여전히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다.
비판자들은 스탈린 체제하에서 수백만명이 숨졌다고 비난하는 반면 지지자들은 그가 나치 독일과의 싸움에서 소련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소련의 산업화를 주도했다고 평가한다.
라즈보로트녜프는 공산당이 오랫동안 지부 본부에 이 스탈린 기념물을 건립하기를 희망했고 시 당국이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금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허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는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제막에 앞서 강화콘크리트로 만든 이 흉상에 누군가 핑크 페인트로 낙서를 했지만 공산당은 개의치 않고 작업을 진행했다.
같은 날, 지난해 러시아가 병합한 우크라이나 내 크림자치공화국의 중심부인 심페로폴에서는 스탈린을 기리는 기념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공산당이 만든 것으로, 대부분 노인인 약 100명의 시민이 현지 공산당 본부 앞에서 옛소련 시절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진행된 기념판 제막식에 참가했다.
이 기념판은 크림자치공화국내 타타르족에게는 큰 모욕이다. 30만명의 소수민족인 크림반도내 타타르족의 조상들은 스탈린 치하에서 박해를 받았다. 터키어를 사용하는 타타르족은 나치 독일에 부역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중앙아시아로 추방됐으며 이들 중 절반 가량이 기아와 질병으로 사망했다.
현지 공산당 간부인 올레그 솔로마킨은 공산당이 기념판 제막에 대한 당국의 정식 허가는 받지 않았지만 공산당 건물이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권한 내의 행위로 믿었다고 말했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0년 집권한 이후 러시아에서 '소련 시절 독재자'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력한 인권기구인 '메모리얼' 측은 최근 스탈린을 미화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들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당국에 촉구했다. "어떤 종류든 스탈린 기념물을 설립하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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