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인권·근로환경 개선 등 22명의 현장 목소리 전해
'시다'로 산 어머니…희생한 여성노동자에 헌사 '위로공단'
자전적 경험으로 아시아 여성노동 문제 다뤄
이주노동자 인권·근로환경 개선 등 22명의 현장 목소리 전해
(베네치아=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의 은사자상 수상작은 임흥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토대가 돼 아시아 여성노동 문제를 다룬 영화다.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번에는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총감독을 맡은 오쿠이 엔위저가 제시한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라는 주제를 제시했다.
6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언론공개와 시사회를 가진 데 이어 9일 공식 개막된 이 비엔날레는 89개의 국가관 전시와 53개국 13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국제전(본전시)을 선보인다.
임 작가가 초청된 본전시에는 그를 포함해 89명이나 처음으로 참여했다.
그의 작품 '위로공단'은 전시장에서는 보기 드물게 95분의 러닝타임 그대로 선보이는 영화다.
본래 회화를 전공했지만 각종 영화제의 수상 경력을 지닌 영화감독 임흥순의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작이다.
그가 표현해 온 가족과 지역, 공동체라는 화두는 영상언어가 지닌 새로운 가능성과 효과에 대한 지속적 탐색으로 이어졌고, 미술과 영화의 표현양식을 접목시킨 독자적 활로 안에서 그의 영화는 내용적, 형식적 측면의 주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위로공단'은 작가가 2010년부터 준비한 프로젝트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념의 굴레 없이 풀어낸 작업이다.
스스로 "어머님, 여동생과 같이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오신 많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헌사의 영화"라고 직접 소개하며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 생활을 해 오신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을 해온 여동생의 삶으로부터 영감 받은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뿐 아니라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포착되는 노동자들의 삶을 다뤄 신자유주의 사회의 자본 이동과 노동 변화에 따른 현실적 불안을 예술적 언어로 써내려갔다.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그의 작품 안에서 사실적인 상황의 나열을 넘어 다양한 행위 예술적 재연과 병치된다고 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정 공간과 사람들의 모습을 자료 화면으로 과거에 고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흐름이라는 유동성과 맞물려 굴레처럼 되풀이되는, 현재에 담지된 역사의 지속성을 형식적 특이성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작품에는 노동절에 이주노동자들이 외친 인권 개선 요구와 근로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임흥순은 지난 6일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구로공단, 대형 할인점, 삼성반도체 같은 대기업, 콜센터 등 감정 노동자로서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삶을 다뤘다"며 "65분을 인터뷰했는데, 그중 22명의 인터뷰가 담겼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이때 "제작 기간만 2년이 걸렸다"며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해 현재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작품으로, 기존 다큐멘터리처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시다'로 산 40년 세월과 여동생의 지원 등 여성에 의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는데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는 점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많은 여성의 희생으로 오빠, 남동생은 출세를 하지 않느냐"며 "누이와 어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함으로써 위로하고 싶고 그런 고마움으로 작업은 시작됐다"고 털어놓았다.
여성 노동자의 삶이 매우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다는 의견에 그는 "저 자신은 그런 방식이 친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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