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백갈등의 '두 얼굴'…샌프란시스코 vs. 퍼거슨
도시 재편성에 따른 인구분포 변화…인종갈등 '내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와 미주리 주 퍼거슨 시. 두 지역은 최근 흑백 간 인종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진앙지'다.
퍼거슨에서는 지난해 8월 18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비무장 상태에서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경찰 당국의 축소·은폐 문제로 확대되면서경찰과 흑인 주민 간 유혈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최근 백인 경찰관 14명의 '백인 우월주의 문자메시지 스캔들'로 술렁이고 있다.
백인 경찰관들이 지난 2011년과 2012년 흑인에 대한 고문과 십자가 화형 등을 통해 '백인의 파워'(White Power)를 보여줘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검찰은 이들이 맡았던 사건 3천여 건을 재조사하고 있다. 이들 경찰관의 인종과 성, 동성애 편견으로 억울한 피해 사례를 추려내려는 취지에서다.
표면적으로 보면 두 도시는 난마처럼 얽혀있는 흑백 간 인종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교차하고 있다.
우선 샌프란시스코는 흑인들의 '엑소더스'가 본격화하면서 일부 아시아계가 자리를 메웠지만, 백인들이 다수를 점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백인 우월주의 문자메시지 스캔들이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얻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 통계국의 2013년 대도시별 흑인 인구 현황에 따르면 미국 내 14대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는 흑인 비중이 5.9%로 인근 '실리콘 밸리'의 허브인 새너제이(3.1%)에 이어 매우 낮았다.
1970년대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의 흑인 인구 비중은 13.4%에 달했다. 이후 30여 년간 흑인 인구의 이탈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서쪽 필모어 구역은 2차 세계대전당시 재즈바와 술집이 밀집하고 흑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할렘'으로 불리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흑인 인구 감소는 도시 생활비 상승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시 정부가 흑인 거주 지역에 대한 재개발을 단행하면서 강제 전출을 유도하는 구조에서 나온 것이라고 인권단체들은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흑인 거주지는 백인들로부터 '범죄의 온상'으로 낙인찍혀 은행들이 대출·융자를 꺼리고 도시 재개발의 빌미가 됐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반면, 퍼거슨 사태의 바탕에는 흑인들의 집단으로 이주해오면서소수의 백인이 다수의 흑인을 지배하는 기형적 구조가 깔려있다.
1900년대 초 퍼거슨에는 백인들이, 퍼거슨 서쪽에 위치한 킨록에는 흑인들이 각각 집단으로 거주하는 형태로 흑백 간 경계가 선명히 나뉘어 있었다. 흑백 간 의사소통이나 접촉은 일절 없었다.
퍼거슨은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램버트-세인트루이스 공항이 확장하면서 흑인 거주지인 킨록 지역이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주리 주 당국은 킨록에 사는 흑인들로부터 강제로 땅을 사들였다. 킨록에 거주하던 흑인들은 떠밀리듯이 이주를 해야 했다. 흑인들은 어쩔 수 없이 '금단의 땅'이었던 퍼거슨으로 밀려들어 왔다.
퍼거슨의 인구 분포는 1990년대에만 해도 백인 75%·흑인 25% 비율이었다. 흑인들이 유입하자 백인들이 교외로 빠져나가면서 흑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는 '흑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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