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코카밭 제초제 살포 중단…불법재배 증가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콜롬비아가 마약 밀매를 방지하기위해 실시해오던 코카 밭에 대한 제초제 공중 살포를 중단하기로 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글리포세이트 제초제가 발암성 물질이라며 이런 조치를 설명했다.
글리포세이트는 살포된 지역에 있는 모든 식물을 무차별적으로 1∼2주 내에 뿌리부터 고사시키는 제초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올해 3월 학술지를 통해 글리포세이트를 인체에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한 물질(probable·발암성 물질 2등급)로 분류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보건부가 WHO의 권고와 연구를 검토해봤는데 발암 위험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는 1994년부터 마약 밀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항공기로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 잎을 재배하는 지역에 글리포세이트를 살포해왔다.
특히 제초제 살포는 마약 거래를 주된 수입원으로 삼는 좌파 게릴라 단체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자금줄을 옥죄는 역할도 했다.
미국은 제초제 살포를 콜롬비아의 마약 조직을 분쇄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보고 콜롬비아에 막대한 비용을 지원했다.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는 초당적 지지를 받아 항공기, 블랙호크 헬기, 조종사를 보내고 살포를 엄호할 특전사를 훈련시키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유엔 자료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코카 재배면적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천396㎢가 줄어 478㎢가 됐다.
그러나 효율성 문제가 거론되고 최근 들어 콜롬비아의 정치 환경도 바뀌면서 제초제 살포는 과거보다 줄었다.
미국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살포 면적은 최고치를 기록한 2006년 1천720㎢에서 작년엔 550㎢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직접 코카 밭을 파괴하거나 마약 조직을 분쇄하는 게 제초제 살포보다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쿠바에서 평화 협상을 진행하는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협상 타결과 함께 코카 재배를 근절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제조체 살포가 중단되면 코카 재배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백악관 국가마약통제정책국(NDCD)은 콜롬비아의 작년 코카 수확량이 2013년보다 39% 증가했다는 자료를 최근 배포했다.
제초제 살포의 감소가 그 원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마약 조직이나 반군이 정부 요원을 살해하고 재배지에 지뢰까지 설치하는 통에 직접 접근도 최근 들어 부쩍 위축됐기 때문이다.
산토스 대통령은 이런 우려에 대해 살포 중단으로 마약과의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케빈 위태커 콜롬비아 주재 미국 대사는 "제초제 살포 여부는 콜롬비아가 결정할 몫"이라며 "우리는 어떤 결정이 나와도 존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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