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국민투표 추진도 이민자 급증 반감이 배경
영국-동유럽, EU협약 개정 싸고 힘겨루기 예고
영국 "EU 이민자 복지제한" vs 동유럽 "이동 제한은 신성불가침"
캐머런 국민투표 추진도 이민자 급증 반감이 배경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우려를 감수하면서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데에는 급증하는 이민자들에 대한 영국 내 곱지 않은 시선이 핵심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캐머런 총리는 'EU 출신 이민자들이 영국에서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4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공약해 사실상 동유럽 EU 회원국 출신 이민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가 이처럼 강력한 이민 규제를 추진하는 데에는 급증 추세를 보이는 이민자 유입과 이에 따른 국민들의 반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순 이민자 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 해 10만명을 넘지 않던 순이민자 수가 크게 늘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에는 2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서 지난해에는 29만8천명(1~9월)으로 1년 전보다 42%나 늘었다. 약 62만명이 들어오고 32만명이 떠났다.
EU가 확대되고 1년 후였던 2005년의 32만명 이래 최대치다. 캐머런이 1기 집권을 시작할 당시보다 5만4천명 많은 인원이다.
사실 캐머런은 2010년 총선을 앞두고 순이민자 수를 10만명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이민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캐머런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같은 공약을 다시 꺼내들면서 EU 협약 개정을 협상한 뒤 2017년까지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추가 공약을 내놓은 셈이다.
이를 위해 EU 회원국에서 이동한 이민자들은 4년을 기다린 후에야 세금공제 등 복지혜택이나 주택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실행 방법을 제시했다.
이 공약이 이행되려면 EU 협약이 개정돼야 한다는 게 영국 관리들의 판단이다. EU 협약 개정은 EU 회원국들이 모두 동의해야 가능하다.
극우성향의 영국독립당(UKIP)도 5년간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아울러 비숙련 노동자의 이민을 5년간 금지하고 숙련노동자인 이민자를 연간 5만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공약을 더했다.
영국은 노동당 고든 브라운 총리 집권 시절인 2008년에 EU 이외 지역 출신 이민자들에 대해선 포인트 제도에 기반을 둔 비자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EU 출신 이민자들은 이 제도에 적용받지 않고 자유롭게 거주하며 일할 수 있다.
최근 순이민자 수 증가는 EU 지역과 EU 이외 지역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민자들이 영국 노동시장을 악화하고 있다는 반(反) 이민자 정서가 커져 왔다.
EU 탈퇴를 주창한 UKIP은 반 이민자 정서를 자극해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공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EU 이외 지역 출신 이민자들에게 복지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응답자 비중이 40%에 달했다.
또한 EU 출신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복지혜택을 제공해선 안 된다는 답변이 29%로 적지 않았다.
그러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구에서 2000년 이래 영국에 온 EU 이민자들이 2001~2011년 동안 영국 공공재정에 200억 파운드 이상을 기여했다고 결론냈다.
영국이 68억 파운드를 교육비로 투입했어야 얻을 생산성 있는 인력자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런 현실과 여론의 인식 차이에는 불일치가 존재한 셈이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 여부를 판가름할 영국과 EU 회원국들 간 EU 협약 개정 협상은 영국과 EU 회원국들, 특히 동유럽 국가들과 힘겨루기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을 앞두고 동유럽 국가들은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은 '신성불가침 영역'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슬로바키아의 페테르 자보르치크 유럽장관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노동 이동 자유권을 손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고, 헝가리 서볼치 타카츠 EU장관도 "이동 자유권은 EU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로 '레드라인'(협상 한계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헝가리 노동자들이 이민자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유럽 어느 국가에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EU 시민"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유럽장관도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의논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이주 문제라면 레드라인"이라고 거들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EU 협약을 개정하지 않는 선에서 절충점을 모색하려 하겠지만, 영국과 동유럽 회원국들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접접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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