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오바마 초청 거부…'친불 원미' 공식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12 05: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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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오바마 초청 거부…'친불 원미' 공식화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초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미국에 종속적인 외교노선 탈피를 공식화했다.

살만 사우디 국왕의 초청 취소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결정이지만, 그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를 복기해보면 오히려 당연할 정도로 양국은 불협화음을 냈다.

사우디는 전통적인 미국의 맹방이지만 중동 문제, 특히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비간섭 주의를 유지하는 이른바 '오바마 독트린'이 못마땅한 터였다.

미국이 중동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사이 사우디의 '앙숙'인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이른바 '시아파 벨트'를 확장했고 예멘까지 영향력을 뻗치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예멘 사태에서도 미국은 사우디의 공습을 지지한다는 '립 서비스'와 이란을 겨냥해 호르무즈 해협과 아덴만에 항공모함을 동원, 잠시 '무력시위'를 했을 뿐 사우디의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오바마 정부가 핵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사우디의 불만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이에 살만 국왕은 오바마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초청에 응하는 자체가 타결이 임박한 이란 핵협상을 묵인하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고 보고 아예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우디를 위시한 아랍권이 이스라엘보다 군사적 우위에 서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 미국 의회가 사우디의 '원미'(미국을 멀리한다) 기류에 일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수니파 왕정은 그동안 미국의 무기판매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게 중동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걸프 국가들은 미국의 공격용 무인기, 최신형 F-35 전투기 등을 요구했지만 미 의회는 이스라엘과의 전력 역전을 우려해 제동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걸프 국가의 '러브콜'에도 한·미, 미·일 수준의 강력한 상호 방위조약을 반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살만 국왕은 불참 결정으로 미국에 "우리가 해야 할 말은 다 했으니 이제 미국이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사우디는 미국과 선을 긋는 대신 프랑스를 택했다.

살만 국왕은 5일 걸프협력이사회(GCC·걸프지역 6개 왕정의 협의체) 정상회담에 서방 정상으로는 처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초청함으로써 '친불'(프랑스를 가까이 한다) 정책을 대외에 선언했다.

여러 서방 중 사우디가 프랑스에 기운 것은 프랑스가 이란 핵협상과 시리아 시아파 정권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무기 판매에도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GCC 6개국 정상과 올랑드 대통령은 '반(反)이란' 전선을 명확하게 하면서 우의를 다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미 정부는 부랴부랴 이틀 뒤 7일 존 케리 국무장관을 사우디에 급파했지만 사우디와 프랑스의 밀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랑스 역시 사우디와 '특수 관계'가 요긴하다.

중동 문제에 '주요 플레이어'로서 지분을 얻게 된다는 정치적 의미 외에 경제적 이득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프랑스는 걸프 지역을 상대로 자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항공기, 무기, 원자력 발전소 등 굵직굵직한 분야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걸프 지역은 세계적으로 정체기에 접어든 민간 항공 산업에서 거의 유일하게 급성장세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무기 시장에서도 이미 큰 손이 됐다.

원유 고갈에 대비하고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발전에 발 빠르게 나서는 곳이 걸프 지역이다.

이들 분야는 공교롭게 미국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또 이를 수출하기 위해선 사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 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랑스는 걸프 지역에서 미국에 우위를 점유해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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