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 유권자, 미국 대선서 '태풍의 눈' 부상
유권자 수 급증…공화·민주, 예선부터 변수될 듯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오는 2106년 미국 대선에서 히스패닉(중남미 이민자) 유권자들의 표가 승패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백인·공화당의 '아성'이었던 네바다·콜로라도·버지니아·플로리다 주에서 히스패닉 유권자 수가 급증하면서 대선 지도가 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두 번의 대선 과정에서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4개 주의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 전폭적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공화·민주 양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짓는 중요한 승부처로 부상했다.
네바다 주에서는 1994년 전체 유권자의 90% 이상이 백인이었으나 2012년에 67%로 떨어졌다. 반면, 히스패닉 유권자 수는 5%에서 15%로 증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98년과 2012년 대선에서 네바다 주 히스패닉 유권자로부터 각각 67%, 71%의 몰표를 얻은 바 있다.
이들 히스패닉 유권자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이민개혁이다.
민주당 유력 대권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지난 5일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선거유세를 위해 네바다 주를 방문해 이민개혁을 내놓은 것도 히스패닉 유권자를 겨냥한 포석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어떠한 이민 개혁도 불법 체류 이민자들이 '완전하고 평등한' 시민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면서 '합법적 지위' 부여를 주장하는 공화당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2008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불법체류 이민자가 운전면허를 취득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패착을 둔 쓰라린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히스패닉 표는 정권 탈환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공화당은 2012년 대선 이후 작성한 선거평가서에서 밋 롬니 후보의 패배 원인을 히스패닉 표를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게다가 히스패닉 변수를 둘러싸고 공화당 예비후보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클린턴의 라이벌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이민개혁을 거론하면서 히스패닉계의 환심을 사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부시 전 주지사는 부인이 멕시칸 출신으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친(親)히스패닉 공화당 주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쿠바 이민자 아들로 '히스패닉계의 총아'로 불리며 대선 출마선언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루비오 상원의원의 베테랑 선거참모 휘트 에어레스는 "공화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히스패닉 유권자의 40%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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