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키프로스 정상, 통일협상 7개월 만에 재개 합의
'후견국' 그리스-터키도 긴장관계 완화 시도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계와 터키계로 분단된 남북 키프로스가 통일협상이 중단된 지 7개월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후견국인 그리스와 터키도 최근 긴장관계 완화를 시도해 통일협상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키프로스 일간지 키프로스메일은 12일(현지시간) 유엔의 에스펜 바트 에이데 특사가 오는 15일부터 양측 정상이 통일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에이데 특사는 전날 밤 분단된 수도 니코시아의 완충지대에 있는 호텔에서 그리스계 남키프로스의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 터키계 북키프로스의 무스타파 아큰즈 신임 대통령과 업무만찬을 가졌다.
에이데 특사는 만찬이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업무만찬은 긍정적 분위기였다"며 "두 지도자는 키프로스의 미래 계획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남키프로스의 니코스 크리스토둘리데스 정부 대변인은 전날 회동에서 두 지도자가 통일협상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남북 키프로스는 지난해 2월에도 통일협상을 중단 2년 만에 재개했지만 양측 정상은 자주 회동하지 않았고 서로 비타협적이라고 비난하다 지난해 10월 터키의 키프로스 가스전 탐사를 계기로 협상이 중단된 바 있다.
크리스토둘리데스 대변인은 이번 통일협상은 지난해 중단된 부분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두 정상은 아큰즈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회동했다고 말했다.
온건 좌파 성향인 아큰즈 대통령은 데르비스 에로울루 전 대통령보다 통일에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돼 북키프로스의 대선 결과는 협상재개의 기대감을 키웠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아큰즈 대통령이 당선되자 "마침내 이 나라 통일의 희망이 높아졌다"는 환영 논평과 함께 통일협상 재개를 위해 양측이 신뢰를 쌓기 위한 조치들도 발표했다.
양측의 후견국인 그리스와 터키도 오랜 갈등인 종교시설 재개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등 최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7일 그리스 정부가 테살로니키에서 이슬람사원(모스크)을 허용한다면 터키 헤이벨리아다 섬에 있는 그리스정교회 신학교인 '할키 세미나리'의 재개교를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이 신학교는 1844년 설립됐으나 터키가 1971년 사립 신학교를 불허하는 법률을 제정한 이후 폐교됐다.
터키 언론들은 또 전날 에게해 연안 도시 이즈미르에 있는 그리스정교회의 교회가 지방 정부의 재건축에 따라 93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예배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터키를 방문 중인 이오아니스 카술리데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전날 터키 언론과 인터뷰에서 키프로스 양측이 해법을 찾는 중요한 기회를 얻게 됐다고 논평했다.
카술리데스 장관은 "그리스로서는 (남)키프로스가 터키와 우호적 관계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키프로스 통일협상이 해결되면 양측의 관계가 우호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프로스는 1963년 그리스계와 터키계 주민 사이에 무력충돌이 빚어져 유엔이 평화유지군을 보내 분리해서 관리하기 시작했으며, 1974년 7월 그리스계 장교들의 쿠데타가 일어나자 터키가 군대를 파견해 북부 지역을 점령한 이후 분단이 공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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