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미화원 대거 재고용…"개혁후퇴" 채권단 반발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13 11: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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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부미화원 대거 재고용…"개혁후퇴" 채권단 반발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긴축 반대를 천명해 온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지난 정권 때 해고된 정부기관 직원들을 대거 재고용키로 하자 채권단이 개혁 후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리스 시리자 정부는 2년 전 해고당한 정부기관 직원 3천900명을 재고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재고용되는 대표적인 직군은 595명에 달하는 여성 미화원들이다.

이들은 아테네의 재무부 청사 앞에서 재고용을 촉구하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20개월 동안 농성을 벌여왔다. 그리스 역사상 최장기 시위를 해 온 이들은 평범한 노동자들이 재정 위기를 버텨냈다고 생각하는 국민에게 유명 인사가 됐다.

미화원들은 11일 재무부 앞에서 시위 깃발과 라틴 아메리카의 혁명가 체 게바라 사진을 흔들며 재고용을 자축했다.

시위에 참여해 온 에바겔리아 알렉사키(58)는 "더 큰 승리를 위한 작은 승리"라며 시리자 정부의 재고용 결정을 반겼다.

이들의 재고용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인기를 한껏 올려놨다.

근처를 지나가던 정부 관료들은 행사를 생중계하던 시리자의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11일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에 앞서 미화원들에 대한 연대를 표명한 뒤 긴축 완화를 위한 추가 조치를 약속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우리 정부는 무엇이 개혁인지에 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걸 (채권단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이들의 재고용을 채권단이 그리스에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경제개혁과 긴축을 마음대로 되돌리는 단적인 예로 받아들인다. 그리스에게 절실히 필요한 구제금융 지원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 관료들은 12일 만기가 돌아온 7억5천만 유로를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았다고 밝혔지만, 많은 공무원들의 월급과 연금을 지급하면서 6월 만기가 되는 채무도 갚을 능력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유로존의 한 고위 관료는 "그리스에서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완성을 위한 협상 준비보다는 개혁 후퇴 움직임이 더 분명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시리자 정부의 미화원 재고용 결정을 곱치 않게 바라보는 시선은 나라 안에도 있다. 전체 노동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1천200만 명이 실업자인 상황에서 해고된 정부기관 직원만 재고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식당을 운영하는 테오도리스 람브로우(50)는 "정부는 다른 사람들은 무시한 채 일부만 돌보고 있다. 민간계약을 통해 재무부 청사에서 일했던 미화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그들은 누가 돌볼 것이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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