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학생의 편지 "교수님 만난게 가장 행복한 기억"
한양대학원 졸리오 메르젤-박병진 교수 사제의 '情'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외국인 학생이라고 모두가 저를 부담스러워할 때 교수님이 저를 받아주셔서 박사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을 만난 게 한국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입니다."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한양대 대학원 경영학과 박사과정인 졸리오 메르젤(29)씨는 '이벤트'를 위해 꽃다발과 직접 쓴 편지를 들고 지도교수인 박병진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박 교수 앞에서 편지를 직접 읽어 내려간 그는 중간 중간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한양대에서의 제 여정의 끝이 보여서 그런지, 그동안 달려온 길을 생각하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경험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이 납니다. 그중에 교수님과의 인연이 가장 행복한 기억인 것 같습니다."
2010년 고국인 카메룬에서 바다를 건너와 한양대 경영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그는 다음 달 4일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앞두고 있다.
박 교수 앞에 선 메르젤씨는 5년 전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의 막막함과 지금은 유창해진 한국어 실력만큼 익숙해진 이곳 생활에 대한 자신감 등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또박또박 한국말로 읽어 내려가는 그의 편지 곳곳에서 박 교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진하게 묻어났다.
그는 "저를 받아 줄 지도교수가 없어 전공을 바꿨는데 먼저 받아 준 교수님마저 학교를 떠나시는 바람에 정말로 고아가 됐었다"면서 "박 교수님은 그런 저를 아무 조건 없이 아버지의 마음으로 받아 주셨고, 사소한 영문 어휘와 논문 작성 방법부터 추상적인 이론들까지 부족함 없이 모두 가르쳐주셨다"고 썼다.
지난해 2학기 박 교수가 박사논문을 서두르자고 했지만, 카메룬에서 함께 온 아내가 출산하면서 집안일에 매달리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도 언급했다.
아내 역시 강릉 원주대에서 지역개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갓난아이를 보면서 집안일까지 할 손이 부족했던 것.
그는 "개인 사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과제를 못했을 때는 항상 이해심을 보여 주셔서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았을 때는 혼내 주셔서 정신을 차려 열정을 회복할 수도 있었다"고 편지를 이어나갔다.
그가 심사받을 논문의 주제는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중소건설기업'이다.
메르젤씨는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도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한 뒤 귀국해 고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대해서는 "한국에 도착한 첫 날부터 영어 표지도 찾기 어려워 많이 힘들었다"며 "살기 위해 '생존 한국어'를 정말 열심히 했고, 다행히도 좋은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하는 논문을 잘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이 과정이 지나도 평생토록 교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도록 노력하겠다"고 보은의 뜻을 밝혔다.
박 교수는 "특별히 잘해준 건 없는 데 감사한 마음을 전해줘 오히려 고맙다"면서 "메르젤이 앞으로 원하는 곳에서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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