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음주량이 줄었다고?…천만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15 15: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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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통계로는 감소…A&F "예전처럼 마시는데 불법으로.."


러시아인 음주량이 줄었다고?…천만에!

공식 통계로는 감소…A&F "예전처럼 마시는데 불법으로.."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우리나라에서 술 소비가 줄었다고 한다. 지난달 한국주류산업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3년 국민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8.73 ℓ로, 1년 전인 2012년보다 4.8%, 6년 전인 2007년보다 8% 적었다.

술 소비가 주는 추세는 세계적 현상인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을 상대로 조사해 지난 12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2년 1인당 평균 연간 술 소비량은 9.1ℓ에 달했지만 연간 평균 술 소비량은 20년 전인 1992년에 비해 2.5% 정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옛 소련 시절인 1985년 6월 1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금주법'을 전격 시행했다. 주류 판매 시간을 오후 2시에서 7시까지로 엄격히 제한하고 21세 미만에는 판매를 아예 금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날씨는 춥고 다른 놀이거리가 비교적 적은 소련 국민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것이었던가 보다. 결국 이 법은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실패로 돌아갔다. "술을 이길 수는 없다"는 통설을 입증한 셈이다.

이런 러시아에서도 술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러시아 보건부는 지난해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순 알코올 기준으로 2013년 11.87ℓ에서 2014년 11.78ℓ로 줄었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정말 그럴까?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 이하 A&F) 14일자 인터넷판은 술 소비가 줄었다는 정부 발표를 전하면서 이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른바 이중용도의 '알코올 액체'와 밀주는 계산하지 않은 수치라는 것이다.

A&F는 먼저 "가장 국민적인 '도살용' 알코올인 보드카로 환산하면 러시아 국민은 2013년에는 1인당 0.5ℓ짜리 보드카 59병에 '길 떠나기 전 마지막 한잔'을 더 마셨지만 2014년에는 보건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 마지막 한잔을 안 마셨다"면서 "사실 이 마지막 잔을 입에 털어 넣기 전에 엎질렀거나 잔을 깨뜨렸을 수 있다"고 정부 발표를 꼬집었다. 59병은 보드카 도수가 40도란 점을 감안해 환산한 것이다.

이 잡지는 그러면서 러시아 서부 카마 강 상류지역에 있는 키로프주(州)에서 약용으로도 쓰이는 이른바 '푼프이리키'와 러시아 북서부 우랄산맥 동쪽의 스베르들롭스크주에서 유행하는 '치칸치키'를 소개했다. 우리 말로 옮기기가 좀 어렵지만 전자는 '거센 콧김을 뿜는 소리', 후자는 '방아쇠 당기는 소리'의 의성어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둘 다 보드카를 만들 수 있는 일종의 도수 높은 알코올이다.







얼마전 술에 취한 채 키로프 주지사의 차량에 받치는 큰 사고를 당했지만 멍만 들었을 뿐이라는 '모주꾼' 니키타 벨르이흐는 자신의 블로그에 "알코올을 함유한 '이중용도'의 액체를 푼프이리키라고 하며 길 건너편 상점에서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면서 "도수 75%인 푼프이리키 100g의 가격이 14루블(약 305원)로, 보드카로 만들 경우 0.5ℓ에 40루블(872원)에 불과하다"고 썼다고 A&F는 전했다.

스베르들롭스크주에 사는 예브게니는 이 잡지에 "우리 지역에는 치칸치키라는 게 있다"면서 "일반 상점이나 약국의 알코올 함유 과즙 판매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중용도의 알코올 액체는 지역마다 그 특색에 맞는 애칭으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예브게니와 그 친구들은 치칸치키를 이용하지 않지만 이를 공급해 주는 '친구의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서부에 위치한 쿠르스크주(州)의 한 도시에서 작은 주류도매상을 운영하는 블라디미르 K는 "우리 시의 인구는 5만명 정도로, 합법적으로든 불법적으로든 알코올을 마시는 사람은 이중 절반에 이를 것"이라면서 "상점들에도 합법적인 보드카가 있지만 단지 진열장에만 전시돼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밀주가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제조업체들이 납세필증이 붙은 정식 보드카와 함께 필증이 없는 두번째 보드카를 만들어 각각 다른 지역으로 내다 팔면서 '자기 손님들'에게도 필증없는 보드카를 싼 값에 판다는 얘기다.







A&F는 정부 공식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러시아에서 5억3천600만ℓ의 에틸 알코올이 생산돼 이 가운데 일부로 6억6천500만ℓ의 보드카가 만들어졌다면서 정부가 도수 9도 이상인 주류로 벌어들인 세금이 1천430억 루블(3조1천174억 원)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코올의 강에 쓸려 갔는지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썼다.

러시아에서 0.5ℓ짜리 보드카 한병의 원가는 알코올과 물, 병, 코르크(마개), 상표 다 해서 25루블(545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러시아는 지난 2월 보드카 최저 가격을 0.5 ℓ당 220루블(4천785원)에서 185루블(4천23원)로 낮췄다.

도수 높은 알코올에 대한 우려가 이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가 경제위기에 처한 언론을 살리기 위해 조만간 광고시장을 자유화해 언론에도 알코올 광고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인터넷 뉴스통신 '가제타.루'가 14일 전했다.

지난 2월 주요 언론사주들의 공개 건의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관계 부처에 광고시장 자유화 여부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언론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개발부와 보건부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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