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외면…민간인들이 로힝야족 구하기에 팔 걷었다
"1년 전 실종 여객기는 찾으면서 죽어가는 로힝야족은 외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종교 박해와 차별 탓에 바다로 내던져진로힝야족의 입국을 주변국 정부는 철저히 거부했다.
상륙할 곳을 찾지 못해 난민선에서 아사할 위기에 처한 로힝야족에게손을 내민 쪽은 동남아 민간인들이었다.
19일 AP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주민들은 지난 10일 북부 랑카위 섬에 도착한 로힝야족 1천100여 명에게 식품, 의류, 의약품 등을 보급하기 위한 자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말레이시아 시민들은 바다에서 버림받은 로힝야족을 서둘러 구조하라고 정부에 탄원서도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부들이 바다를 떠도는 난민선 세 척을 자신들이 사는 동부 아체 해안으로 끌고 왔다. 로힝야족 900여 명은 거기서 옷과 따뜻한 음식을 받아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렸다.
싱가포르의 '채널뉴스아시아' 방송은 미리 정착한 난민이 다른 난민을 구조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사는 로힝야족 파티마 하미드(23·여)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국경에서 어머니와 사별한 4세 어린이를 데리고 왔다.
엄마를 잃은 아이가 방황한다는 소식을 듣자 청소부 남편의 벌이로 넉넉잖은 살림을 살고 있지만 선뜻 2천 링깃(약 61만원)을 밀입국업자에게 건넸다. 아이는 쿠알라룸푸르의 유엔 난민기구(UNHCR) 사무소에서 난민으로 등록됐다.
밀입국 업자들이 단속을 피해 배를 버리고 달아나면서 미얀마와 말레이시아 사이의 안다만 해에는 로힝야족 수천 명이 표류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로힝야족을 받아들일 인도적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지만 동남아 국가 정부들의 자세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일부를 수용하기 시작하면 곧 봇물 터지듯 쏟아져 들어와 자국 정치, 경제의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해안에서는 로힝야족이 도착하면 물과 식량을 주고 내쫓는 일을 되풀이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군함을 동원해 바다에서 난민선을 붙잡아 자국 영해에서 멀리 떠나보내기도 했다.
유엔은 이들 정부가 '떠다니는 관'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저명인사나 활동가들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비안 탄 유엔 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로힝야족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대별되는 양면이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탄 대변인은 "한쪽에는 난민에 대처하려고 주변국 정부가 옥신각신하는 풍경이, 다른 한쪽에는 그 지역 주민들이 난민들을 아주 따뜻하게 대하는 풍경이 있다"고 말했다.
저명한 이슬람 학자인 아스리 자이날 아비딘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1년 전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은 아직 수색하면서 살아있는 로힝야족은 바다에서 죽도록 내버려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 페이스북을 통해 "인간성이 실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으로서 로힝야족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0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외교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4만 5천여 명의 로힝야족을 받아들여 더는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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