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 인근에 '통일기원' 성당 세운 독일인 老신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21 0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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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안토니오 몬시뇰, 한국서 57년간 '빈자의 성자'로 헌신
"통일 위해 남은 인생 바치고파"

임진각 인근에 '통일기원' 성당 세운 독일인 老신부

하 안토니오 몬시뇰, 한국서 57년간 '빈자의 성자'로 헌신

"통일 위해 남은 인생 바치고파"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하 안토니오 몬시뇰(93)은 1958년 선교사로 한국에 건너와 빈민구제와 교육사업에 평생을 바쳐 온 파란 눈의 독일인 신부다.

북한에서 선교를 했던 독일인 신부의 영향을 받아 한국행을 결심한 그는 1958년 화물선에 몸을 싣고 부산항에 도착, 부산 남구 우암동 동항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하면서 머나먼 이국 땅에서 사제 활동을 시작했다.

"청년 시절 신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고슬라비아에서 4년간 포로생활을 하면서 몸이 약해져 신부가 되지 못하고 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쳤죠. 그래도 신부의 뜻을 포기하지 않은 채 3년을 보내고 있었는데, 북한에서 선교하고 돌아온 독일인 신부님이 한국의 실정에 관해 알려줬습니다. 그때 한국에 대해 처음 알게 됐고 '나도 한국으로 가자'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독일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3개월 만에 한국을 향한 그는 비료 운반선을 타고 오면서 '나도 한국을 위해서 비료가 되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 결심대로 평생 빈민, 장애인 등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헌신해왔으며, 1965년 한독여자실업학교(현 부산문화여고)를 설립하는 등 교육에도 힘써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에는 명예 고위 성직자인 '몬시뇰'에 임명됐다.

지금은 가톨릭교회 국제단체인 '파티마의 세계사도직'(푸른 군대) 한국 본부장을 맡고 있는 하 몬시뇰이 최근 한국에서 또 하나의 숙원을 이뤘다. 지난 6일 임진각에서 1.2㎞ 떨어진 곳에 남북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는 '파티마 평화의 성당'을 완공한 것. 30년 넘게 추진해 온 사업이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그는 "1974년 5월 19일 임진각에서 '세계 평화와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한 미사를 처음으로 봉헌한 이후 지금까지 매년 5월 이곳에서 미사를 드려왔다"며 "처음 임진각에서 미사를 드릴 때부터 '여기에 기도의 성당을 짓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제가 한국으로 떠나올 때 독일은 동서로 갈라져 있었고, 한국도 남북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이후 독일은 통일됐지만 한국은 여전히 갈라져 있고, 특히 북한의 주민들이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심한 박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늘 마음 아팠습니다. 이런 까닭에 여러 가지 기도운동을 해왔고 이 성당도 짓게 됐습니다."

하지만 성당 건립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83년 한 신자의 기부금에 힘입어 북한과 가까운 곳에 땅을 샀지만, 군에서 군사지역이라는 이유로 허락을 해주지 않아 성당을 지을 수 없었다. 수차례 거부당한 끝에 그 땅을 포기하고 현재의 부지를 구입했고, 2013년 국방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지난 6일 성당을 완공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가 1986년 설립한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 소속 수녀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그는 전했다.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강력한 무기와 막대한 군사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도에 의한 정신적인 무장이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티마 평화의 성당'이 한반도 평화 통일을 이루는 데 기도의 발상지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전 세계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데 우리 성당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현재 회고록을 집필 중인 그는 "남북한 평화통일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 생을 마치고 싶다"며 "그날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목적으로 열심히 기도하고 또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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