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휴식' 봄방학 그후…"만족도 높지만 과제도"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이영주 기자 = "가족이 다 함께 여행을 가기 어려웠는데 9일간 단기방학을 해보니 자녀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새 학기를 시작하면 업무강도가 높아 많이 힘들어했는데 짧은 방학을 하고 나니 사기도 올라가고 수업의 질도 좋아지는 것 같다."
지난 2∼10일 봄 단기방학을 실시한 수원 장안구 동신초등학교 학부모와 교사의 반응이다.
이 학교 정승자 교장은 "학기 초 학생들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는 등 교육적 효과와 교원들의 업무역량 증대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앞으로 단기방학을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주말과 공휴일 포함해 약 열흘간의 긴 단기방학을 시행한 학교들은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남양주 양오초등학교 2학년 한 담임교사는 "너무 긴 여름·겨울방학을 지내고 오면 학생들의 학습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있었다"며 "학습과 휴식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평소에 다녀오기 어려웠던 지방의 외가나 친척집에 다녀오거나 여유 있게 건강·구강검진을 받는 등 학생마다 다양하고 의미 있는 일정을 보낸 것 같다"고 전했다.
언덕배기에 있어 겨울이면 등굣길이 빙판으로 변했던 양오초는 봄 단기방학 열흘간 오르막 진입로에 비가림 공사를 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10일 나흘 이상 봄 단기방학을 실시한 학교 중 초중고 50개교씩 모두 150개교를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사계절방학 운영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을 보완하고 우수사례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구체적인 통계를 내지 않았지만 ▲ 가족 체험학습 및 학습부진 기회 제공 ▲ 가정의 달과 연계한 다양한 가족 행사 참여 ▲ 진로 및 자기주도학습 활동 등을 긍정적인 효과로 꼽았다.
반면 ▲ 맞벌이 부모의 자녀 돌봄 문제 ▲ 주변 초중고 연계 부족 및 형제자매 간 학사일정 불일치 ▲ 등교 학생을 위한 종일 돌봄 프로그램 필요 ▲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과 연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부족 등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초등학교 1학년생을 둔 한 학부모는 "학습 부담을 경감하고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부모들에게는 자괴감과 고통을 안겨주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중2와 고1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는 "중학생 둘째 아이만 봄방학을 하는 바람에 혼자 집에 둘 수밖에 없었다"며 "부모와 아이 모두 힘든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도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을 그룹별로 모아 학원 단기특강에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에 따라 등교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을 개방하고 학년통합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으나 예상보다 참여도는 낮았다.
"친구 없는 학교에 혼자 가기 싫다"는 학생과 "내 아이만 보내는 게 안쓰럽다"는 학부모들의 기피로 단기방학 전 등교 신청자의 절반만 이용한 학교도 있었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단기방학 기간 등교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으면 사계절방학 취지에 맞지 않은데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증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앞으로 범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사계절방학 중 돌봄이 필요한 학부모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후속 연구를 진행해 보완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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