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수 없는 사회적 책임…한중 시인이 '감성 공동체'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26 11: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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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시영-량핑, 한중작가회의 대담
△ 한중 작가회의서 만난 양국 중견 시인 이시영-량핑 (청두=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한국과 중국의 중견 시인 이시영(66·왼쪽)과 량핑(梁平·60)이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바진문학원에서 만나 대담하고 있다. 두 사람은 25~26일 개최된 제9차 한중 작가회의에 참석해 서로 작품을 낭독했다.

"버릴 수 없는 사회적 책임…한중 시인이 '감성 공동체'를"

시인 이시영-량핑, 한중작가회의 대담



(청두=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시인에게는 두 가지 책임이 있습니다. 예술적인 책임과 사회적인 책임이죠. 둘 중 하나도 버릴 수 없습니다. 사회 비판 의식을 가진 시가 중국에도 적지 않아요."(량핑)

"국가가 추구하는 건 패권으로 나가는 길일 수 있지만 시인은 달라야 합니다. 섬세한 내면을 가진 사람으로서, 여러 나라 시인들이 교류를 통해서 서로 이해를 증진해야 합니다. 평화와 동조를 위해 예술가라도 섬세한 재능을 투영해야 하지 않을까요."(이시영)

이시영(66)과 량핑(梁平·60), 한국과 중국의 중견 시인이 양국을 대표해 제9차 한중 작가회의가 열린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바진문학원에서 마주 앉았다.

쓰촨성 작가협회 부주석인 량핑은 '따스함을 거절하다' 등 시집 10권과 평론집 1권, 장편소설 '조천문'을 펴내며 다양한 방면에서 문학 활동을 전개했으며 현재 중국의 영향력 있는 시 문예지 '싱싱(星星)' 편집 주간을 맡고 있다.

한국작가협회 이사장으로 있는 이시영은 1969년 등단하고서 '만월', '바람 속으로' 등 13권의 시집을 펴냈고 시선집 '긴 노래, 짧은 시'가 중국 번역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시영은 량핑과 마주하자마자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양상에서 시인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시영은 "중국의 옌롄커(閻連科), 위화(余華), 모옌(莫言) 등 소설가의 작품은 굉장히 풍자적이면서 비유적으로 중국 자본 질주,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폐해와 인간적인 붕괴를 다뤘는데, 한중작가회의에 9년째 참석하지만 중국 시에서는 그런 비판 의식을 못 느낀다"고 꼬집었다.

량핑은 이에 "아직 중국 시도 검열 제도가 있어 표현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면이 있다"며 "그래도 그 안에서 은유적으로 비판 의식을 보이는 시도 많은데, 가령 여성 시인인 란란(藍藍)은 하급 인민에 특별히 동정심을 가지고 사회 비판 의식을 많이 드러낸 시인"이라고 설명했다.

두 시인은 동북아 긴장관계를 받아들이는 정도에서도 온도차를 보였다.

이시영은 "중국과 미국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패권 경쟁을 하고 일본 아베 정권이 재무장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며 "문학인이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량핑은 이에 "모든 나라가 평화롭게 지내는 '대동세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가족 안에서 말싸움 나듯 다툼은 계속되지만, 국가는 자기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기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전쟁 등 극단적인 상황은 없을 거라고 본다"며 "동아시아의 마찰에 대해 관심은 두고 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동북아 긴장 관계 속에서 시인들이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량핑은 "문학인은 자기 집에서 문학만 하는 게 아니라 넓게 세계를 보고 자기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정한 시인이라면 협애한 민족주의를 버리고, 국가를 떠나 시인과 시인의 만남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영은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라 비전을 가지고 만나고, 감성으로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영토 분쟁과 패권 경쟁을 겪는 국가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찾는 '감상의 공동체'를 작가들이 앞장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인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쟁의식과 긴장이 파다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시로 위안받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공감했다.

"모든 사람이 다 시인이 될 수 없지만 모든 사람은 시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를 읽을 때면 몰랐던 자기의 감수성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더 즐거운 감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량핑)

"시는 인간 감성의 가장 섬세한 부분을 건드립니다. 국가가 대신할 수 없는 섬세한 역할이죠. 국가가 왈패가 될수록 시인은 한없이 더 섬세해져야 합니다."(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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