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보유 채권 4천425조원…"채권처분, 심각한 문제"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 전 세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에 주목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연준이 그간의 양적완화로 사들인 4조 달러(약 4천425조 2천억 원)의 막대한 채권을 원활하게 처분하는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FT는 연준이 지난해 9월 "먼저 금리를 인상하고 이 문제에 임할 것"이라면서 "점진적이며 예측 가능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그 시기가 언제인지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는 여전히 함구해 시장이 불안해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낙관론자들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노련한 조종사'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줄여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옐런이 엉터리 레이더에 의존해 험한 먹구름 속으로 비행기를 몰고 가면서 금리 인상보다 더 심각하게 시장을 뒤흔들지 모른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고 FT는 전했다.
JP 모건 자산운용 부문의 로버트 미셸레 투자책임자(CIO)는 FT에 "우리가 (연준의) 금리 (인상) 궤적은 짐작하지만, 대차대조표 축소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FT는 시장 우려의 하나는, 연준이 보유 채권의 만기에 따라 '자동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 사모펀드 블랙록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 보유 미 국채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7천850억 달러 어치의 만기가 2018년 말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만기에 따른 자동 처분이 이뤄지면 시장이 뒤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블랙록의 경고라고 FT는 전했다.
블랙록 보고서는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연방기금 금리 인상의 단기 충격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미 재무부에도 고민이라고 FT는 전했다.
FT에 의하면 제임스 클라크 연방 재정 담당 재무 차관보는 최근의 재무부·월가 분기 회동에서 그렇게 될 가능성을 걱정하면서, 만약 2016년에 실행되면 연방 재정 운용에서 2016∼2018년에 5천300억∼8천500억 달러가 부족하게 될 것임을 경고했다.
바클레이스의 조지프 아베트 전략가는 "연준이 (이전의) 테이퍼링(채권 매입 감축) 때처럼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처분되는 채권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연준의 재투자를 80%에서 60% 등 차례로 줄여, 현재 유통되는 통화량인 약 1조 3천억 달러 수준까지 낮춰가는 방법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준이 거품 견제를 위한 통화 정책 정상화에서 주춤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제시된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연준이 이미 지난 3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런 쪽으로 내부 논의를 했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BOAML)의 브라이언 스메들리는 연준이 때가 되면 매주 40억∼50억 달러의 보유 단기채를 매각하는 식으로 대차대조표를 줄여나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FT에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처분이 잘못 관리되면, 만기로 채권을 자동 처분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연준도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FT는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중견 채권 거래인은 FT에 "연준 보유 채권 처분이 매우 느리게, 그리고 시장과 원활하게 소통되면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만약 연준이 공격적으로 임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연준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정책 운용에 유리하다는 점에는 전문가들이 공감했다고 FT는 전했다.
보스턴 연준의 미셸 번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통상적인 금리 조정만으로는 통화 정책 운용이 어렵다"면서 "장기적으로 채권 매입과 처분을 포함한 모든 정책 도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모건 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캐런 대표는 FT에 "연준이 (필요하면 다른 통화 정책도 쓸 수 있도록) 끌어당길 수 있는 문고리들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들이) 실행될 때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를 낼 것이냐에 여전히 의문이 많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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