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로레알 중국지사 가격인하…'박리다매' 전략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프랑스의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 파리가 중국시장의 활력을 다지면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회색 시장(Gray market)'도 잡기 위한 '박리다매' 전략을 내놓았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26일(현지시간) 로레알 중국지사 성명을 인용, 정부의 수입품목 관세 인하 조치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추가 할인 전략으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추가 할인 전략의 기저에는 급증 추세의 회색 시장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회색 시장은 생산 회사의 허락 없이 물건을 수입해 판매하는 일종의 암시장(black market)과 보통시장(normal market)의 중간 형태이다.
중국지사 성명은 해관(海關·세관) 당국의 관세 인하 조치가 소매가에 극히 제한적으로 반영되고 있어 판매 제고를 위해 추가 할인 조치를 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사장도 이에 대한 질의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중국 재정부는 6월1일부터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은 일용 소비용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평균 50% 이상 대폭 내렸다.
품목별로는 양복, 모피의류가 14~23%에서 7~10%로 인하되고 반장화, 운동화 등은 22~24%에서 12%로, 기저귀는 7.5%에서 2%로, 피부 보호용 화장품 등은 5%에서 2%로 인하된다. 관세가 대폭 인하되는 품목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해외구매 수요가 강한 제품들이다.
로레알의 조치는 특히 사치재 상품 제조사들이 세계 주요지역의 가격차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그레이 시장업자 근절 방안의 하나로 유럽에 비해 가격이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 할인 경쟁을 벌이는 글로벌 명품사들의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프랑스패션업체 샤넬은 지난 3월 지역간 가격 격차 해소를 위해 유럽시장의 핸드백 가격을 높이고, 중국에서는 21%를 내렸다. 러시아와 베트남, 홍콩에서도 가격을 내렸고 미국에서는 가격을 유지하는 식이다.
중국 관광객들은 위안화 강세로 유로 등 여러 통화 가치가 떨어지자 해외에서 소비를 부쩍 늘렸다. 국가외환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관광객 지출 규모가 1천650억달러(182조 5천400억원)로 2013년에 비해 28% 급증했다. 문제는 일반 관광객이 아닌 회색시장 업자들이 고가 핸드백과 립스틱 등을 싹쓸이 쇼핑한 뒤 국내에서 마진을 붙여 거래하는 행태이다. 컨설팅회사베인&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들이 지난해 해외에서 사들인 고가 상품 쇼핑액 1천250억위안(185억달러) 중 65%는 국내 시장에 재판매됐다.
회색시장 업자들은 해외에서 20∼50%의 염가에다 무관세로 들여온 고가품들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사이트 등을 통해 판매해도 명품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HSBC 소비·소매가격연구팀의 어완 램버그 팀장은 그동안 아시아 소비자들이 비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현실 안주적인 잘못된 생각을 품었던 명품업자들이 회색시장 범람 사태에 직면해서야 투명한 가격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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