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갈등 배수진 친 충북도·교육청 홈피서 공중전(종합2보)
"타협·양보없다"…갈등 책임 떠넘기기 '이전투구'
(청주=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무상급식비 분담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충북도교육청과 충북도가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두 기관 모두 더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며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한 '공중전'에 나섰다.
충북도가 선수를 쳤다. 박은상 도 정책기획관이 식품비의 70%인 359억원만 부담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한 이튿날인 지난 14일 홈페이지에 '초·중·특수학교 무상급식 지원에 대한 충북도의 입장'이라는 글을 띄웠다.
축제나 성과 등을 홍보하는,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배치했다. 식품비의 9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도교육청에 밀리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인 것이다.
도교육청이 국비를 지원받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제외한 식품비 중 배려계층 급식비를 제외한 61.8%(318억원)를 지원하는 게 원칙이지만 충북도가 8.2%를 더 부담해 식품비의 70%인 359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도교육청이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충북도의 '양보'를 부각한 것이다.
학생들의 '끼니'를 둘러싼 두 기관의 갈등에 불만이 쌓인 학부모들이 충북도를 비판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로도 보인다.
도 관계자는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식품비를 도와 교육청이 7대 3의 비율로 분담하겠다는 것"이라며 "식품비만 놓고 보면 민선 5기 때의 5대 5 원칙보다 충북도가 20%를 더 분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교육청 역시 27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2015 무상급식 관련 충북교육청 입장'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맞불 공세에 나섰다.
홈페이지를 열면 팝업 창이 자동으로 큼지막하게 열리게 돼 있어 방문객들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도교육청이 교육 현안과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을 홈페이지에 올린 경우는 좀처럼 없었다.
그동안 도교육청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김병우 교육감의 교육 철학 등이 담긴 내용이 주로 올라왔다.
도교육청이 이날 '무상급식 관련 입장'을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감정싸움'으로 비화한 충북도와 도교육청의 갈등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를 도민들이 직접 판단해달라는 취지다.
무상급식비 총액 914억원 가운데 식품비(514억원)의 70%인 359억원만 부담하겠다는 충북도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도민들에게 알리고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이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자료는 지난 20일 신경인 교육국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 그대로다.
당시 신 교육국장은 "충북도의 5대 5 분담 원칙 파기로 재정 결손이 발생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급식비 일부를 학부모에게 부담시키는 '선택적 급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 책임은 '국비가 지원된다'는 식의 왜곡된 주장으로 무상급식비 분담 원칙을 훼손한 충북도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교육청의 맞불 공세는 충북도와의 여론전에서 밀리는 것을 차단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제대로 알려 충북도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민들에게 무상급식 분담 갈등 원인을 제대로 알리고 도교육청의 입장을 설명하고자 관련 자료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띄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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