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모사드 스파이 유해 송환에 모든 노력"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그의 유해가 고국에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발을 뻗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없다. 유해 송환을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다."
이스라엘이 50년 전 시리아에서 간첩 혐의로 공개처형된 자국 스파이 엘리 코헨의 유해 송환 문제로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타미르 파르도 대외정보부(모사드) 국장 등 이스라엘의 정계 고위 인사들이 지난 18일 코헨 사망 50주년 기념식에서 잇따라 유해 송환 의지를 강조하자 언론과 국민도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특히 파라도 국장은 "이스라엘은 코헨에 큰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유해를 본국에 데려와 안장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역설했다.
최정예 특수부대 샤이렛매트칼 출신으로 모사드와 함께 비밀공작을 수행하기도 한 네타냐후 총리도 "오늘날 많은 어린이는 물론이고 거리 이름까지 코헨의 이름을 딴 것"이라면서 "그의 희생 덕택에 우리가 발을 뻗고 살 수 있는 만큼 반드시 그를 모국으로 데려와 안장하겠다"고 말했다.
이름 앞에 '전설적인'(legendary)이라는 표현이 붙을 정도로 최고의 스파이로 평가받는 코헨은 1924년 이집트에서 출생해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송환 업무를 돕다 모사드 요원으로 발탁됐다.
카말 이민 타베드라는 위장 명으로 아르헨티나를 기반으로 하는 시리아인으로 신분 세탁한 코헨은 아르헨티나 주재 시리아 대사관 무관 등와 친분을 쌓고 나서 시리아로 입국했다.
시리아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행세하면서 코헨은 자연스럽게 상류층에 진입했다. 그의 주위에는 늘 고위장교, 정치가, 기업인들이 몰려들었다. 코헨은 이들에게 목걸이, 모피, 팔찌 등 선물 공세를 잊지 않았다.
철저한 신분 세탁과 상류층과의 친분 쌓기에 성공한 코헨의 손에 들어온 것은 소련군 군사고문단이 작성한 이스라엘 공격 계획, 시리아에 제공된 소련제 무기, 골란고원에 포진한 시리아군 배치도 등이었다.
이들 정보 가운데 가장 귀중한 것이 바로 골란고원에 포진한 시리아군의 군사 기밀이었다. 코헨은 당시 시리아군 참모총장 조카로 군부의 실권자로 행세하던 대령과 함께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골란고원을 수시로 방문해 80여 문의 포대와 탱크 부대 위치, 주요 요새 내부설계 등의 정보를 수집해 본국에 타전했다.
이스라엘군이 1967년 '6일 전쟁'(제3차 중동전쟁)에서 시리아군을 순식간에 파괴한 것도 코헨이 제공한 정보 덕분이었다.
그러나 모사드 내에서 '다마스쿠스의 우리 요원'(Our Man in Damascus)으로 불린 코헨의 무용담도 결국 4년 만에 막을 내렸다. 외국 공관이 밀집한 지역에서 괴 전파가 간간이 발생한다는 신고를 받은 시리아 방첩기관은 소련의 지원을 받아 추적에 나섰다.
이 추적 과정에서 적발된 코헨 문제와 관련해 시리아 측은 그가 워낙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 놓아줄 수 없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의 맞교환 제의를 거부했다. 시리아는 그의 처형을 서둘러 1965년 5월 18일 새벽 코헨을 공개처형했다.
이스라엘은 이후 여러 차례 유해 송환을 요구했으나 국가적 망신을 당한 시리아의 강력한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코헨 처형 50주년을 맞아 국가 차원에서 유해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스라엘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고 이스라엘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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