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도 교감도 없는 학교…화성 안용中 4년째 분쟁
이사회 갈등 장기화…학부모들 "학생만 피해, 등교 거부 불사"
(화성=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경기도의 한 사립 중학교에서 재단 이사회 파행이 수년째 이어지며 학생들이 혼란을 겪자 참다못한 학부모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다.
28일 경기도교육청, 화성 안용중학교 학부모, 학교법인 측에 따르면 안용중 학부모회는 다음 달 1일부터 학교 앞에서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단 시위를 벌이겠다며 경찰에 집회 신고를 냈다.
안용중은 2011년부터 교내 분쟁을 겪고 있으며 현재 교감은 장기간 공석이고 교장도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때 재학했고 박지성 선수가 졸업한 축구 명문 학교였는데 지금은 교장도, 교감도 없는 학교로 장기간 혼란을 겪고 있다"며 교육청과 학교법인에 조속한 사태 해결을 호소하고 있다.
1969년 설립된 안용중은 2009년 12월∼2010년 3월 도교육청 감사에서 후원금 횡령, 이사회 회의록 허위 작성, 교원 수당 지급, 발전기금 부적정 관리 등이 적발돼 학교장과 학교법인 이사 8명 전원이 해임처분을 받았다.
이후 1년간 임시이사가 파견됐다가 2011년 6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이사 8명을 지정, 정이사 제체로 복귀하면서 분쟁이 촉발됐다.
당시 사분위가 임명한 정이사 3명은 즉시 사퇴했고 다른 이사 2명도 2012년과 2013년 중도 사퇴하면서 의결정족수(이사 정수의 과반) 미달로 이사 운영이 사실상 중단됐다.
올해 1월 사분위 심의를 거쳐 도교육청이 정이사 3명을 추가 선임하며 이사회 정족수 문제는 해결됐으나 이사진 내부 갈등으로 이사회가 공전되면서 교장 선임, 교직원 징계 등 주요 안건 처리가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교감 자리는 2009년 전임자가 명예퇴직한 이후 공식이며, 교장직도 전임자가 지난해 6월 말 임기 만료되고 나서 사실상 비어 있다.
교감자격연수를 이수한 김모 교사가 전임 교장의 지시로 2011년 9월부터 교감직을 대행했으나 법인 이사회는 불법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김 교사는 전임 교장 퇴임 직후부터 교장 직무대리 업무를 수행해왔으나 이사회는 지난 20일 박모 교사를 교장 직무대리로 임명했다.
여기에다 김 교사가 교감 자격연수에 들어가면서 대체 교사로 채용한 박모 교사 역시 시간강사 처우를 받다가 이달 말 계약이 만료돼 학교를 떠나게 됐다.
담임을 맡았던 박 교사가 학기 중에 학교를 떠나고 부담임이 담임을 받게 되자 해당 학급 학생과 학부모들이 동요하고 있다.
학부모 60여명은 27일 밤 학교를 찾아와 이사회 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이다가 자정을 넘겨 돌아갔다.
안용중학부모회는 "교직원들이 구재단파와 학교정상화파로 갈라서 의견대립이 심화되고 있어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 속에 학생들이 학습권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교육청이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안용중학교운영위원장은 "무리하게 교장 직무대리를 교체한 의도가 의문"이라며 "아이들이 세력 싸움의 도구로 희생되지 않게 모든 절차가 상식적이고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회장은 "학교가 정상화되려면 이사회가 정상화돼야 한다"며 "진전이 없으면 등교 거부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학운위와 학부모회는 교육청이 2010∼2014년 각종 시설비로 27억원을 지원하고 임용취소 요구된 교사에게 1억2천만원의 인건비까지 지급했으면서도 행정지도 감독에 미온적이라고 성토했다.
학교법인 안용학원 이사장은 "일부 세력이 임시이사체제로 전환하려고 분쟁화를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이사 결원을 보충해 의결정족수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교장 초빙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