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미국 주춤' 틈 타 러시아 활동반경 넓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29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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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미국 주춤' 틈 타 러시아 활동반경 넓혀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이슬람국가'(IS) 사태와 예멘 내전 등 중동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는 사이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행보가 주목할 만하다.

크림반도 합병,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FIFA 뇌물 추문 수사까지 번진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중동에서도 재연되는 모양새다.

1989년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30년 가까이 러시아는 중동 문제에 사실상 제3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러시아의 움직임은 두드러진다.

러시아가 중동에 접근하는 발판은 이란이다.

러시아와 이란은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동병상련'의 관계로 통상·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끈끈하게 협력해 왔다. 특히 2년간 이어진 이란 핵협상에서 두 나라는 미국과 유럽 강대국에 맞서 우의를 다졌다.

이런 역학관계를 반영하듯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이란과 시리아의 우호관계는 누구의 짐작보다도 깊다"며 "두 나라는 시리아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이른바 '시아파 벨트'가 지원하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퇴출하기 위해 시리아내 온건파 반군을 지원하고 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다.

그간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한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시아파 벨트의 또 다른 나라인 이라크 정부도 위기 상황을 맞아 급히 찾은 곳이 다름 아닌 러시아다.

IS가 17일 이라크 안바르주 주도 라마디를 완전히 점령하고 수도 바그다드까지 위협하자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21일 모스크바를 긴급히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러시아는 흔쾌히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라마디 탈환 작전에 쓸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이라크로 판매하기로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는 이라크의 곤란한 재정상황을 감안해 무기 대금을 바로 받지 않고 신용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로서는 당면한 최대 과제인 IS 격퇴 작전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줄타기 외교술'을 발휘했고, 러시아는 자국의 무기를 이라크에 대량 공급함으로써 미국을 견제하는 수를 둔 것이다.

러시아는 중동 현안에서 이란과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미국의 전통적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도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4월 예멘의 시아파 반군에게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을 때, 러시아는 반군을 공습 중인 사우디의 입장을 고려해 기권함으로써 결의안이 통과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우디의 숙적이자 예멘 반군과 긴밀한 이란과 관계를 따진다면 러시아는 반대표를 던지는 게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표결 전 사우디의 적극적인 설득에 러시아가 결의안 통과를 묵인, 미국과 사우디의 균열을 파고들었다는 후문이다.

사우디는 핵협상, IS 격퇴작전에서 미국 행정부가 보인 '친이란' 기조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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