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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머스 페레즈 미국 노동장관. 출처: 미 노동부 홈페이지 |
'임금·안전 부실업체', 수천억달러 美조달시장서 퇴출
미국 노동부, 구매계약 때 임금편취·안전법규 위반 확인 절차 시행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정부 조달 업체가 노동자들의 임금을 덜 주거나 탈법·불법적으로 작업환경의 안전비용을 줄인다면 노동자들도 손해지만, 노동법을 준수함으로써 단가를 높이 써내야 하는 업체들도 이들과 불공정 경쟁 때문에 입찰에서 밀리게 된다.
상습적인 불·탈법 업체는 계약의 불성실한 이행 성향이 있어 납세자 세금의 낭비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같은 이유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27일(현지시간) 조달업체들의 입찰 자격을 엄격히 심사해 노동자들의 임금과 작업환경 안전관련 법규를 어기는 업체들과의 계약을 원천봉쇄하는 새로운 대통령령 시행규칙안을 내놓았다.
미 노동부는 이날 규칙안 시행에 앞서 입법예고를 하면서 "계약 업체 대부분은 법규를 준수하지만, 매년 수십만명의 노동자가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고용과 임금에서 불법적인 차별대우를 받거나 업체의 편법 행위로 건강과 안전이 위험에 처하거나 기본적인 안전대책도 없는 불법 사업장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토머스 페레즈 노동부 장관은 "연방정부와 계약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며 그런 만큼 "납세자들의 돈으로 법규를 위반하는 기업에 보상하는 일이 있어선 안되며, 책임을 다하는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새 규칙안은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린 '공정 임금과 작업장 안전'에 관한 대통령령을 시행하기 위한 것이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중인 최저임금 인상과 유급 출산휴가 등의 입법안들이 의회에서 기업 부담 증가론에 막혀 잠자고 있는 것을 우회하는 면도 있다.
미국진보센터(CAP)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만 해도 최첨단 무기의 설계와 제조에서부터 청소와 수선보수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자와 서비스를 외부에서 조달하기 위해 민간업체들과 구매계약을 맺는 게 매년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
이 단체는 미국의회 산하 회계감사국(GAO)의 2010년 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노동관련법을 상습적으로 어기는 업체들이 심사절차의 허점 때문에 재계약을 맺는 사례가 많을 뿐 아니라, 이들 업체로부터 조달받은 물자와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GAO는 2005년부터 2009년 사이에 노동자 건강과 안전 법규 위반 때문에 낸 벌금액 기준으로 50대 기업과 임금 편취액 기준 50대 기업을 조사했었다.
이 조사에서 노동법관련 법규의 상습적인 혹은 중대한 위반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을 맺은 28개 업체중 7개 업체는 나중에 계약 이행 실적이 심각하게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가짜 영수증 제출, 주요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비용 과잉 청구, 성능 미달, 개발 지연 등으로 인한 수십억 달러의 세금 낭비, 법원 경비원용 총기 성능 시험결과서 위조, 석유 시추 시설의 폭발로 인한 수백만 배럴의 기름 유출 등이 들어있다.
진보성향 단체 '싱크프로그레스'가 내는 '프로그레스 리포트'는 미 노동부가 발표한 시행규칙안에 대해 "노동자와 납세자, (법규를 성실히 지키는) 업주 모두에게 큰 승리"라고 환영했다.
이 단체는 "미국인 5명중 1명 이상이 미국 연방정부와 계약한 회사에서 일하는 현실에서, 이 시행규칙은 정부 조달 시장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이 노동 법규를 준수토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계약 이행실적이 양호하고 기업윤리를 지키는 책임감있는 업체들과만 구매계약을 맺도록 돼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법규 위반 여부를 점검·평가·심사하는 절차규정은 미비한 상태였다.
새 규칙은 업체들의 노동법규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 외에 노동자들에게 임금관련 정보 제공할 것을 의무화하고 성폭력이나 기타 인권 피해 노동자들이 법원에 법원에 제소하기 전 사전 중재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강제한 규정을 폐지했다고 싱크프로그레스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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