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자치 20년> ② 지방의회 '거수기' 아니면 '묻지마 반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01 0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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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권 단체장-의회 특정정당이 장악…의회는 거수기로 전락
여소야대 의회는 '묻지마 제동'...전문가들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민선자치 20년> ② 지방의회 '거수기' 아니면 '묻지마 반대'

영호남권 단체장-의회 특정정당이 장악…의회는 거수기로 전락

여소야대 의회는 '묻지마 제동'...전문가들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주민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민선 지방자치가 성년을 맞았지만 단체장과 의회의 관계를 제 자리를 찾지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과 의회를 동일 정당이 장악해 반대의 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시와 견제가 주 임무인 의회가 자치단체장의 독주를 제어하지 못한 채 수수방관하는 등 거수기로 전락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있다.

반면 다른 일부 지역의 경우 단체장과 소속이 다른 정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의회는 사사건건 '묻지마 제동'을 걸며 대립해 지방자치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주민만을 보고 일해야 하는 지방의회가 주민보다는 정파 싸움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 영·호남 단체장·의회 '일당 독식'

지역색채가 강한 대구·경북 등 영남과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은 중앙정치무대에서 주도권 싸움을 계속중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름만 달리했을 뿐 무려 20년 동안 단체장과 의회 다수당을 거의 독식해 오고 있다. 물론 2010년 6·2 지방선거때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비(非)한나라당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경남지사로 당선됐고, 울산 북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일부 예외가 있지만 매우 드문 실정이다.

대구는 현재 대구시장과 8개 기초단체장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시의회도 전체 의원 30명 가운데 1명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고 나머지는 모두 새누리당 출신이다.

대구시의회에서는 2012년 의원 전원이 새누리당 소속인 사상 초유의 일도 일어났다. 당시 정원 34명 가운데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의원 5명을 뺀 29명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무소속 등으로 출마해 당선된 시의원들이 모두 새누리당에 입당했기 때문이다. 전국 시·도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특정 정당이 모든 의석을 차지하는 곳이 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특정 정당이 지방의회를 독식하는 것은 집행부 견제에 한계가 있고 지방자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경북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경북도의회 의원 60명 가운데 비례대표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 2명이고 나머지는 새누리당(53명)이나 무소속(5명)이다.

특정 정당 일색이다 보니 집행부의 일방통행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지난해 도는 최대 현안인 도청 이전 시기를 연기하고 산하기관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도의회와는 사전 협의를 아예 하지 않아 일부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라북도도 지난 20여년간 집행부와 의회의 일당 독식체제가 이어지는 바람에 의회가 제대로 집행부를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전북은 민선이 시작된 1995년 7월 이후 20여년간 도와 의회의 수장을 모두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그 전신인 정당들이 차지했다. 첫 민선 도지사인 유종근 지사(8년)를 시작으로 강현욱 지사(4년), 김완주 지사(8년), 현 송하진 지사 모두 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도백이다.

이 시기의 도의회도 민주당 계열 일색이어서 사실상 집행부의 견제기능을 다하지 못한 채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송하진 현 지사 체제에서도 도의원 38명 가운데 무려 34명이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의회 의장과 부의장, 심지어 모든 상임위원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의회 본연의 기능인 견제와 감시 역할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일부 소소한 사안에 대해 의회가 도정질의나 건의문 등을 통해 집행부의 부적절한 정책추진 등을 추궁했지만, 지금껏 의회의 강력한 견제로 집행부의 부적절한 행정이 개선된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 '여소야대' 지방의회는 집행부 '묻지마 제동'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해 민선 5기부터 도정을 책임져온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의회의 노골적인 견제를 받았다. 의회 내 소수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기 때문이다.

안 지사가 처음 도정을 맡은 민선 5기 당시 도의회 의석 분포는 40석 가운데 자유선진당이 21석,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13석,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6석을 각각 차지하면서 도정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민선 5기 시절 중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번번이 의회에 발목을 잡혔다.대전에서 홍성·예산으로 도청이 이전하면서 행정 민원을 보는데 불편함을 겪는 금산·논산·계룡 주민을 위해 금산에 남부출장소를 설치하려던 계획이 도의회 반대로 무산됐다.

민선 5기 막판에 통과되기는 했지만, 정무부지사 나이 제한을 푸는 문제와 문화재단 설립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복지재단 설립도 현재까지 표류중이다.

드물게도 비슷한 현상이 2010년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에서 벌어졌다.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의 김두관 도지사가 취임하면서 의회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은 것이다.당시 국회의원과 도의원 모두 새누리당이 다수를 점했다.

김 지사는 취임 초부터 당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거세게 비판하며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이에 한나라당이 다수인 경남도의회가 반발해 갈등을 빚었다. 도의회는 경남도가 요청한 낙동강 함안보 용역 조사 관련 예산 3억원을 삭감했다.

김 지사가 선거공약에 따라 자문기구 성격으로 출범시킨 '민주도정협의회'를 놓고도 의회와 갈등 관계를 이어갔다.

지난 2011년 8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한 배경에도 당시 서울시의회 다수당이던 민주당과의 첨예한 갈등이 핵심 요소로 자리했다는게 중론이다.

오 시장은 당시 최대 쟁점이던 무상급식 문제와 관련해 혜택의 범위를 소득하위 30%에서 70%까지 양보했지만 의회 다수당이던 민주당은 상위 30%까지 다주자는100% 무상급식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아 타협점을 찾지못했다.결국 오시장은 주민투표를 추진했다가 무산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에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제를 아예 없애야"

의회가 같은 정당 소속 단체장의 거수기로 전락하거나 다른 정당 소속 단체장에 대한 '발목 잡기' 행태를 보이는 배경에는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자치가 시행된 이후 광역단체장의 경우1995년, 2006년, 2010년에 일부 예외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100% 정당공천 후보자가 당선됐다. 또 기초단체장의 경우 정당공천 후보가 당선된 비율이 1995년에는 77%였지만 지난해에는 87.2%로 높아졌고, 작년지방선거시 광역의원중 정당공천 후보의 당선비율은 97.5%에 달할 정도였다.

이에 따라 중앙정치의 강력한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에서는 정당 공천제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에 소속되지 않으면 당선이 어렵고 무소속이 당선되는 일이 거의 없다"며 "정당은 시민을 위해 정말 봉사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맹신적으로 정당에 기여하는 정치인을 공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남기헌 충청대 경찰행정과 교수도 "정당공천제의 문제는 정치인들이 자기네끼리 나눠먹기를 한다는 점"이라며 "기존 정치권에 진입한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갖고 참신한 인물의 진입을 막고 있고, 공천위원회 구성도 자기네들끼리 구성해 운영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당공천제를 잘 활용하려면 정당이 두루뭉술한 공천 지표를 만들 게 아니라 시대, 국민, 국가가 원하는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당공천제 폐지론과 함께 일각에서는 남경필 경기도 지사의 '연정실험'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남지사는 작년 1월 취임직후 부터 '독일식 연정'을 토대로 한 도정운영을 강조하면서 사회통합부지사에 야당 출신인 이기우 전 의원을 임명했다.또 경기도내 31개 시장군수들과의예산편성 공조 등 기초자치단체와의 공조는 물론인근 강원도와의 협력 등 광역자치단체간 연정까지 도모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김영만 김준호 심규석 이승형 이재현 임청 전승현 최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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