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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서 노동계 관계자들이 '노동시장 구조개악' 반대를 주장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
<어떻게 생각합니까> ①임금피크제, 고용감소 막는 효과<경총>
"정년제 안착 위한 필수 전제…청년일자리 창출 효과"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정부가 민간기업으로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것에 발맞춰 일정한 연령이 지나면 임금이 동결 또는 감축되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해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덜고 절감된 비용으로 청년실업을 해소하자는 게 임금피크제 도입론의 논리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각 사업장의 노사가 합의해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인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할 사안이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노조 동의를 거치지 않은 취업규칙 변경도 사회 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인정되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활용해 임금피크제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이는 노조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길을 터놓겠다는 것이어서 노동계의 반발은 거세다.
이와 관련해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은 1일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청년고용 절벽과 고용불안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과도적인 조치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은 60세 정년제도가 안착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 전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하는 이 본부장의 입장이다.
◇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지난 4월 초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논의가 원칙과 방향에 대해 합의를 보았음에도 세부적인 과제와 관련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되면서 이제 산업현장이 그 충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기업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300명 미만 기업에서는 2017년 1월 1일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는데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노동시장에서는 이미 희망퇴직 실시와 신규채용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2013년 4월 국회가 정년 60세법을 통과시킬 당시 일자리 감소를 막을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아무런 실효적인 대책 없이 법안이 통과되고 말았는데 그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년 60세 의무를 규정한 '고령자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촉법)'에서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기업에서는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해 법적 의무로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구체적인 수단이 명시돼 있지 않고 불이행하더라도 제재 조항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노동계는 임금체계 개편이 법적 의무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노총은 2008년 5월 '고용안정을 위한 임금체계 개선 관련 합의문', 2011년 6월 '베이비붐세대 등 고용촉진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 2013년 5월 '일자리 협약'에 서명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개정 고촉법을 내세워 그동안의 합의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채 정년연장의 수혜만을 취하고 청년고용 감소 등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고통 분담에는 눈을 감고 있다.
정년연장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막고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생산성 및 성과와 연동된 임금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즉 현재 만연한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만, 법 시행을 6개월 남짓 앞둔 상황에서 당장 이런 근본적인 조치가 어렵다면 코앞에 닥친 청년고용 절벽과 고용불안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과도적인 조치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60세 정년제도가 안착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전제다.
경총이 올해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줄일 계획인 기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체감경기 미회복(28.2%)'에 이어 '정년연장·통상임금 문제(26.9%)'라고 응답한 비율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정년 60세 의무화 탓에 초래되는 부담이 기업들의 채용심리를 위축시켜 청년층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경총 분석에 의하면 정년 60세가 최소로 시행되는 2016년부터 모든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여기서 발생하는 재원으로 2016년에서 2019년까지 18만 2천여 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매우 저조하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10곳 중 1곳 정도에 불과하며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시행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국한해도 도입 비율이 13.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계의 양보와 고통 분담 없이는 앞으로 닥칠 일자리 대란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여전히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기득권 노조의 횡포에 참다못한 청년들이 노총 사무실 앞에서 정규직 노조가 청년일자리를 막고 있다며 규탄 집회를 열어도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정부가 마련한 민간부문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한 공청회를 실력으로 무산시키기까지 했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20%를 넘고 100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있는데 지금 이대로라면 앞으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현시점에서 임금피크제의 조속한 도입은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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