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②"가요계 영어남용, 한류 매력 훼손"<이건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04 08: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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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합니까> ②"가요계 영어남용, 한류 매력 훼손"<이건범>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가요계 종사자들은 영어 사용이 한류 확산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펴지만, 그 반대로 오히려 한류의 매력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는 4일 멋을 부린답시고 어법에 맞지도 않는 영어를 무분별하게 섞어 쓰면 노래 흐름만 끊길 뿐 외국인들에게 별다른 매력을 안겨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노랫말 자체의 힘을 강조하면서 우리 가요계가 한국어로도 충분히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데 소홀히 한다고 지적했다.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우리 가요계는 세계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영어를 섞어 쓴다고 말하지만, 그 주장이 실제로 들어맞는지는 꼼꼼히 따져 볼 여지가 있다.

우리 가요가 그룹 이름이나 가사에서 지금처럼 영어를 남용하다 보면 오히려 한류 매력을 깎아 먹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언어적으로 이질감이 있어야 외국 콘텐츠로서 매력이 있다. 그룹 이름만 봐도 독특한 한국어 이름을 가진 것이 외국인들의 인상에 더 강하게 남는다. 가령 포털사이트 중 야후나 구글은 낯설면서도 독특하기 때문에 이름으로서 가치가 있지 않나. 우리 가요를 좋아하는 외국 팬들은 그룹 이름을 들으면 단박에 알겠지만, 일반인들은 영어로 된 한국의 가수 이름만 듣고서는 어느 그룹인지 혼동하지 않겠나. 그렇게 변별력이 떨어지다 보면 마케팅 측면에서도 좋은 전략 같지는 않다.

가사에 한국어를 쓰면 언어 장벽 때문에 외국인 팬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멋을 부린답시고 억지로 영어 표현을 조각조각 넣다 보면 노래 흐름을 끊고 감정을 살릴 수 있는 여지를 막는 측면이 있다. 영어 표현을 어법이나 의미와 달리 잘못 쓰면 외국 팬들로부터 촌스럽다고 비판받을 일이다. 실제로 우리 가요가 외국 누리꾼들로부터 가사의 '콩글리시'(한국식으로 잘못 발음하거나 비문법적으로 사용하는 영어)를 지적받는 일이 종종 있다.

영어가 중간 중간 들어가면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은 잠깐 반가워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노랫말 자체가 좋아야 노래가 인기를 끌기 마련이다. 좋은 노래에는 언어를 떠나 고유의 힘이 있다. 노랫말 자체가 주는 호소력, 가슴 속 깊이 파고들어 오는 힘이 중요하다. 가령 일본 대중가요인 엔카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특정 노래가 좋으면 일본어를 배우게 되지 않느냐. 한국어로만 된 노래도 고유의 힘만 있다면 외국인들을 얼마든지 끌어들일 수 있다.

가요 태생이 서양 음악이라 가사에 영어를 쓸 때와 한국어를 쓸 때 멜로디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 가요를 팝송처럼 만들려고 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쉽게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한국어를 쓰면서 리듬감도 잘 살린다면 외국인들이 좋아하지 않겠느냐.

우리 내부를 돌아봐도 우리말의 멋과 맛을 잘 살린 1970년대, 80년대 가요가 지금도 끊임없이 다시 불리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영어 남용 현상이 심각하다 보니 듣는 사람들은 가요계의 영어 남용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노래를 만드는 사람들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우리말로 노랫말을 좀 더 멋지게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한류 뿌리를 더 튼튼하게 키운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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