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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드로윌슨센터 소장 "아베, 한국민에게 참회 메시지 보내야"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제인 하먼 우드로윌슨센터 소장은 오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우드로윌슨센터 내 '현대차-KF 한국 역사·공공정책 센터' 발족식을 갖기에 앞서 7일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보다 '성노예'(sex slavery)가 정확한 표현"이라며 "일본 아베 정권은 과거에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으며, 이를 깊이 참회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한국 국민에게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2015.6.8 rhd@yna.co.kr |
<인터뷰> 제인 하먼 "한국의 과거에서 미래의 길 찾겠다"
10일 우드로윌슨내 '한국센터' 설립…"북한과 긴장 줄이는 방법 찾아야"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장재순 특파원 = "마침내 한국인의 피를 나눈 첫 손녀를 얻었습니다. 이것은 엄청난 축복입니다."
미국 정치권에서 '여장부'로 통하는 제인 하먼(70)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소장이지만, 갓 태어난 한국계 첫 손녀를 이야기할 때는 영락없는 '자상한 할머니' 모습이었다.
7일(이하 현지시간)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한 하먼 소장은 지난 3일 아들과 한국인 며느리 사이에서 손녀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과의 '확실한 끈'이 생겼다고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굴지의 싱크탱크를 이끄는 하먼 소장이 한국과의 인연을 특별히 강조한 것은 오는 10일 우드로윌슨센터 내에 한국전담 조직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KF 한국역사·공공정책 센터'로 명명된 이 센터는 앞으로 한국의 역사·정치·외교·안보·문화 분야를 망라해 한국과 관련된 광범위한 이슈들을 연구하고 공론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하먼 소장은 특히 이 센터의 역할을 미국식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으로 설명했다. "과거로부터 얻은 지식을 토대로 한국의 미래를 향한 길을 모색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민주당 소속의 9선 하원의원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던 하먼 소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정보ㆍ안보 분야의 정책 방향을 자문해온 인사다.
특히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매우 가까운 사이여서, 만일 클린턴 전 장관이 집권할 경우 하먼 소장이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드로윌슨센터에 설치되는 한국역사·공공정책 센터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기존에도 한국과 관련해 다양한 형태의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현대차그룹과 국제교류재단의 적극적 지원으로 각 프로그램을 하나로 통합하고 확대해 본격적으로 한국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게 됐다. 한국은 아시아의 미래에 중요한 나라이며 한국이 가는 길은 아시아의 길을 보여준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 센터 신설이 큰 의미가 있다.
--워싱턴의 일부 싱크탱크도 한국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는 북한을 비롯한 외교·안보·냉전사와 관련한 수만 건의 문서들을 소장하고 있다. 정치·외교·문화·남북관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방대한 역사적 지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미래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다른 싱크탱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우리 연구소만의 독특한 역량이다. 그렇다고 과거 역사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는 아니다. 역사적 지식을 토대로 현재와 미래의 사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것이다.
--과거사로 인해 경색된 한일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한국이 일제에서 독립한 지 70년이다. 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도 벌써 50년이 됐다. 그럼에도 '성노예'(sex slavery) 문제가 끝나지 않은 것은 수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방미했을 때 이 문제에 종지부를 찍기를 바랐지만, 사과가 더 필요하다는 인식을 오히려 키웠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과 같은 내 친구들은 이 문제가 확실히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과거에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깊이 참회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한국 국민에게 분명히 보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나름대로 사과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같은 정권 내에서 정치지도자들이 이를 번복하거나 철회하면서 사과의 진정성이 떨어졌다.
--'위안부' 대신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위안부라는 표현이 (성노예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역사의 매우 슬픈 장(章)이다. 일본 정부 당국자들은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강화되는 미·일 동맹이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나.
▲미국은 한국, 일본 모두와 가까운 우방이다. 우리는 어느 한 쪽을 편들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도 한·미·일 3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이것은 '제로 섬' 게임이 아니라 '포지티브 섬' 게임이다. 미국이 일본을 잘 대우한다고 해서 그것이 한국에 나쁜 것은 아니다. 한·일 양국은 관계 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매우 많다.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는가.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우려하는 문제다. 하와이를 비롯한 미국 서부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긴장을 줄이기 위한 방법들을 찾는 게 중요하다.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우리는 이미 1990년대 북한과 대화를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가 성사됐으나, 결국 무너졌다.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제네바 합의가 붕괴된 것을 핑계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란과의 합의를 통해 더 좋은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필요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 북한과도 아직 긍정적 미래를 설계할 시간이 있다.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합의가 있기를 바란다.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박 대통령은 강인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다. 원칙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남북화해를 목표로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불안정하면서 젊은 북한의 지도자를 다루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지금은 어렵지만 상황이 바뀌기를 바란다.
--북한이 대화 제의에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행동은 여전히 도발적이고 무책임해 보인다. 올바른 해답은 북한의 나쁜 행동을 억제하면서 좋은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사이버 해킹 행위에 대해서는 미국이 결연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방미 때 어떤 의제가 우선순위가 돼야 하나.
▲북한의 도발문제를 비롯한 안보이슈, 한·일 관계, 무역문제 등 논의할 의제가 많다. 현재 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원년 멤버가 아니다. 만일 TPP가 최종 타결된다면 한국이 가입할 것으로 본다. 한국의 가입은 단순히 한국에만 헤택이 있는 게 아니라 TPP 회원국 전체의 이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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