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자들이 잘 버텨야 메르스 종식…당국도 격리자 지원해야"
'내 집'이라는 감옥에 갇힌 평택 간호조무사
확진환자 진료해 자가격리…아이들은 시골 친정에, 남편과는 '각방살이'
"격리자들이 잘 버텨야 메르스 종식…당국도 격리자 지원해야"
(평택=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남편과 각방을 쓰는 것은 물론 2m 간격을 유지합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는 지끈거립니다. 간호조무사인 제가 이 정도인데 일반 격리자들은 오죽할까요?"
경기도 평택의 한 의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A씨는 지난달 31일 일요일 근무 중에 지인이 "폐렴 증상이 있는데 휴일이라 다른 병원이 문을 닫았다"고 연락해 와 자신이 근무하는 의원으로 불렀다.
진료를 마친 지인에게는 소염진통제 엉덩이 주사를 놓아주었다.
사흘 뒤인 이달 3일 오후 보건소 직원들이 의원을 급히 방문, 지인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A씨와 진료를 본 의사, 진료 보조 간호조무사 등에게는 곧바로 자가격리 조처가 내려졌다.
오후 4시께 집으로 조기 귀가한 A씨는 이때부터 집 밖 외출이 엄격히 금지됐다.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보건소 직원이 체온계, 마스크, 손소독제를 갖다준 순간 '감금'됐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께, 2차례 보건소 담당 직원이 문자메시지로 "오전·오후 보고한다. 괜찮으냐. 불편한 것은 없느냐"고 상태를 확인하고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한다.
남편과는 '한지붕 이산가족'이다.
남편은 안방을 쓰고 A씨는 아이들 방에서 생활한다. 항상 2m 이상 간격을 유지하고 식사시간에만 접촉하는데 국과 반찬을 따로 먹는다.
가끔 거실에서 TV시청을 함께하는데 역시 꺼림칙하다.
낮시간대에는 남편이 출근했는데 7일 의원 이름이 공개되며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출근하지 말라고 해 8일에는 남편과 꼬박 하루를 보내고 있다.
다행히 초등학생 자녀 2명은 지난 2일 학교가 휴업을 한 뒤 충청도 친정집으로 보내 '황당한' 일을 겪지는 않는다.
또 아이들 휴업이 A씨의 격리기한인 14일까지로 연장되며 애들 교육 걱정은 조금 덜었다.
하지만, 친정집이 시골이라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관계로 아이들이 매일 전화해 집으로 오겠다고 칭얼거릴 때마다 속이 탄다.
A씨는 "감옥살이가 따로 없다. 답답하고, 입맛 없고,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난다"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달 중순 손목에 화상을 입고 완치가 안 됐는데 병원에 못 가는 바람에 연고만 바르며 치료 중이라는 딱한 사정도 전했다.
A씨는 "동네 분들이 제가 간호조무사이고 어느 의원에서 일하는지 알기에 자가격리 수칙을 철저히 지킬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동네 사람과 친분이 없는 격리자는 주변 마트를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라며 자가격리가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 원룸 등에 혼자 사는 격리자들은 음식 배달도 어려운 만큼 행정당국에서 지원해 줄 것도 요청했다.
그는 자가격리 중인 모든 이에게 용기를 북돋기도 했다.
"간호조무사인 저도 참기 어려운데 다들 얼마나 힘드실지 짐작이 갑니다. 모두 선의의 피해자인 만큼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고 잘 버티면 메르스는 곧 종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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