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방 갈등 속 핵위협 확산…군비경쟁 촉발하나
러 "서부 지역에 핵미사일 배치 검토"…영국 "미 핵미사일 받아들일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상호 핵 위협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 공보실은 8일(현지시간) 미국이 유럽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계획에 대해 긴장 고조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이날 기자들에게 "그 문제(미국의 유럽 핵배치 계획)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이 앞서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반영해 자국 영토에 미국 핵미사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페스코프는 "당연히 이 문제는 유럽 대륙의 상호 신뢰와 이해 균형 수준을 높이지 못할 것"이라면서 다만 "이 문제를 아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해먼드 장관은 "러시아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명확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며 미 핵미사일의 자국 내 배치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를 미국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지난 6일 미국이 냉전 시대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의 보고서를 인용, 미국이 러시아와의 군사력 격차를 좁히기 위한 무기체계에 지상 발사 순항 미사일과 중거리 핵미사일을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미 새로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중거리 순항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를 앞둔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유럽 핵무기 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특히 러시아가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에 중거리 순항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계획과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크림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유럽을 겨냥한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이 유럽에 중거리핵미사일을 배치하면 1987년 체결된 미-러 중거리핵미사일폐기조약(INF)은 유명무실해진다.
INF 조약 파기는 미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가담한 새로운 세계적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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