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피해' 네팔 여성, 성폭력 위험 대비 호신술 배운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네팔에서 연속된 지진으로 졸지에 이재민으로 전락한 여성들이 성범죄 및 인신매매 피해를 볼 위험성이 높아지자 여성들을 위한 호신술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네팔 카트만두 경찰은 이재민들이 임시 기거하는 캠프에서 성폭력 사건 우려가 커지고 성희롱 신고가 늘어남에 따라 여성들의 자기방어를 위한 호신술 교육을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4월 25일과 5월 12일 잇따른 강진으로 8천70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네팔 전역에서는 모두 50만채의 가옥이 파괴되면서 야외에 수천 곳에 이재민촌이 형성됐다.
카트만두 경찰청의 타라 타파 경정은 "여러 이재민촌을 방문하다 여성들이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교육이 절실했다고 느꼈다"며 "성폭력범들은 이런 재난상황을 악용하기 마련이어서 여성과 어린이가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시작된 호신술 교육은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는 법, 조르는 법 등은 물론 강자에 대항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유도나 가라테 기술 훈련도 포함돼 있다.
지진으로 야외생활을 하며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교육생 비파나 타망(24·여)은 "손님들을 대하며 여러차례 성희롱이나 성추행 상황에 맞닥뜨렸다"며 "교육 3일째인데 이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네팔 경찰은 호신술 강의를 카트만두의 다른 이재민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엄청난 규모의 실업, 경제적 궁핍, 10년간의 마오반군과 정부군간 내전의 영향으로 네팔 여성과 어린이는 인신매매 조직에 희생당할 가능성이 커졌고 최근의 지진은 이런 위험성을 더욱 높였다.
네팔군과 경찰은 지진피해가 극심한 지역과 인도 접경지대에서 인신매매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네팔 정부는 3개월간의 입양 금지기간을 정하고 청소년들이 부모와 동행하지 않으면 허가증 없이 여행할 수 없도록 했다.
인도 당국도 지난달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팔려간 8∼14세의 어린이 20여명을 구출하기도 했다.
이들의 부모는 인도 북부의 가난한 마을에서 네팔로 넘어온 이주민들로 지진으로 생계수단을 잃자 인도로 다시 넘어가 '좋은 곳에서 많은 돈을 받고 일하게 해준다'는 말에 현혹돼 자녀를 인신매매 조직에 넘긴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 어린이는 뭄바이의 가방 제조공장으로 넘겨져 노예노동을 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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