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 전 나무 문짝을 만나다
국립나주박물관서 '호남의 발굴유적'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광주광역시 종합건설본부에서는 진곡산업단지 진입에 필요한 도로 건설을 앞두고 2006년 전남 장성군 남면 월정리 513-6번지 일원 도로 예정지 구간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를 의뢰한다. 그 결과 유적이 분포하는 곳으로 지목된 11개소에 대해서는 2012년 2~3월 시굴조사가 실시되고 이를 토대로 일부 구간에 대해서는 정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조사기관으로 선정된 호남문화재연구원은 2012년 5월16일부터 같은해 7월31일까지 유물 집중 산포지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영산강 상류 지류 중 하나인 풍영정천으로 향하는 옛 물길인 구하도(舊河道)가 확인되고 그 내부에서 서기 2~3세기 무렵 토기와 목제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됐다.
옛 물길은 공중에서 내려다본 평면 형태가 완만한 활 모양을 이루며, 남쪽으로 갈수록 폭이 점차 좁아지는 모습이었다. 길이 58.8m에 너비는 9.0~14.5m, 깊이 1.3~1.5m 정도이며, 단면으로 잘라보면 대체로 완만한 U자형을 이룬다.
출토 유물 중에서도 구릉 말단부와 충적지대에 형성된 옛 물길이라 습지라는 특성상 보존이 잘 된 목제 유물은 주목을 끈다. 개중에는 30점에 이르는 목제 공이가 있는가 하면, 문짝도 있었다.
문짝은 암회 갈색 사질 점토층 바닥에서 뉜 상태로 발견됐다. 2개체로 파손된 상태였으며 빗장을 거는 부분인 빗장둔테 일부는 없어졌다. 관찰 결과 문짝은 굴피나무를 반으로 잘라 톱과 끌로 판재처럼 가공했다. 빗장둔테는 나무 하나를 가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짝은 평면형태가 장방형이며, 단면 형태는 방형에 가깝지만 한쪽 끝부분은 안쪽으로 단이 지게 만들었다. 문짝 오른편 중앙 부근에 지름 2.4㎝인 구멍이 확인되지만 용도는 확실치 않다.
돌쩌귀를 다는 부분인 지도리는 문짝 아래위에서 각각 확인된다. 위쪽 지도리는 끝을 편평하게 다듬은 반면 아래쪽은 끝을 약간 둥글게 처리했다. 문짝 전면에서 걸쳐서는 끌과 자귀 같은 도구를 쓴 흔적이 발견됐다.
전체 크기는 길이 57.9㎝, 너비 27㎝, 두께 3.6∼3.8㎝다.
삼국시대 이전 실물 문짝은 5개 유적 10점 정도가 알려졌다. 개중 가장 오래된 것은 광주 신창동 유적 출토 초기철기시대 나무 문짝이 있다.
1천700년 전, 혹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기에 사용한 이 장성 월정리 구하도 유적 출토 문짝이 문화재청과 한국매장문화재협회(회장 조상기), 그리고 국립나주박물관(관장 박중환)이 함께 마련해 오는 16일부터 9월6일까지 나주박물관에서 개최하는 '호남의 발굴 유적·유물 새롭게 숨 쉬다' 기획전에 선보인다.
이번 특별전은 최근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호남지역 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자리다.
이를 위해 이 자리는 호남지역 발굴성과를 ▲ 선사시대 ▲ 초기철기시대~통일신라시대 ▲ 고려~조선시대로 나누어 정리한다.
선사시대 성과로는 1만5천년 전 구석기시대 순천 복다리 신기유적 출토품이 소개되며, 전주 오산리 유적와 전주 동산동 유적은 돌널무덤, 독널무덤 등의 청동기시대 문화상을 증언하는 사례로 등장한다.
나주 동수동 온수유적 집터에서 출토된 길이 1.4m에 이르는 굴뚝도 만나며, 군산 축산리 계남 유적 움무덤 출토 고려시대 청동합(靑銅盒)과 각종 장신구, 고흥 운대리 7호 가마터 출토 조선시대 분청사기 유물도 볼만하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