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반핵운동에서 고리1호기 영구정지 권고까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2 17: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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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동 중단 요구한 고리1호기와 3호기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원전가동 중단을 요구한 고리원자력 발전소 1호기(맨오른쪽)과 3호기(맨왼쪽)가 25일 별다른 이상징후 없이 정상가동되고 있다. 2014.12.25 ccho@yna.co.kr

소수 반핵운동에서 고리1호기 영구정지 권고까지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정부가 12일 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1호기 사업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영구정지를 권고했다.

고리1호기가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8년 만이다.

원자력 안전법상에서만 존재하던 원전 '영구정지' 문구가 비로소 현실이 됐다.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2007년에 10년간 수명이 연장됐고 이날 최초로 '영구정지'가 권고돼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국내 원전 역사에서 고리1호기는 모든 것이 최초였다.

고리1호기의 반대 운동을 펼쳐온 이들도 처음이었던 만큼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왔다.

고리1호기 폐쇄결정이 나기까지 지난 10년간의 부산지역 시민사회·환경단체의 활동을 돌아본다.

부산에서 고리1호기의 수명 연장 반대 주장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06년이었다.

그해 4월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주년을 기념해 환경단체가 고리원전 앞에서 고리1호기 수명 연장 반대를 주장한 것이었다.

하지만 3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고리1호기 수명연장 저지 모임'은 수명 연장에 따른 보상을 염두에 둔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 등을 극복하지 못했고, 2007년 12월 30년의 설계수명이 다 된 고리1호기의 가동 연장이 결정됐다.

이후 고리1호기 반대 운동은 침체기에 빠져든다.

총 6기의 원전이 있는 고리를 둘러싼 부산, 울산, 경남은 국내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 지역이었지만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인근 연안에서 규모 9 이상의 강진이 발생해 쓰나미가 후쿠시마를 강타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쓰나미로 원전의 전력공급이 중단돼 원자로 내부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다량의 방사능이 유출되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은 점차 핵발전소의 잠재 위험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부산의 39개 시민사회단체는 반핵부산시민대책위를 구성하고 반핵 관련 강좌, 캠페인, 문화제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갔다.

시민대책위의 활동에 자극받은 부산의 구의회들이 연쇄적으로 고리1호기 폐쇄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1년 12월 고리 원전 납품 비리가 터졌고 직원을 포함한 한수원장까지 줄줄이 구속되면서 한수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2013년 고리1호기의 전력공급이 12분간 완전히 중단된 '블랙아웃' 사고가 은폐됐다가 밝혀지면서 원전에 대한 위기의식은 높아만 갔다.

1978년 이후 고리1호기의 고장·정지 사례는 130건으로 전체 원전의 691건의 19%에 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반핵부산시민대책위는 2015년 6월 한수원의 고리1호기 수명 재연장 신청을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기존 진보 일색이었던 단체 구성을 보수와 중도 성향의 시민단체까지 포용해 120개 단체가 결집된 '고리1호기 폐쇄 부산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이는 1997년 시민단체가 종교계, 학계, 상공계, 정치권을 모두 아우르는 조직체를 갖춰 위천공단 저지 운동을 펼쳤던 학습효과였다.

단체의 외연이 넓어지니 부산시의 반응과 대응도 달라졌다.

더군다나 고리1호기 폐쇄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선거공약이었다.

부산범시민운동본부는 국회의원에 고리1호기 폐쇄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고 정부와 부산시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런 움직임과 점점 뜨거워지는 고리1호기 폐쇄 여론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을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한수원은 고리1호기는 안전하다는 예비 안전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수명 재연장 분위기를 띄웠고, 산업자원부는 고리1호기 수명 재연장 여부가 포함된 전력계획안 발표를 계속 미뤘지만 시민의 힘으로 결국 영구정지 결정을 끌어낸 셈이다.

천현진 고리1호기 폐쇄 부산범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번 결정은 시민과 여론에 떠밀린 것이지 결코 정부의 의지는 아니었다"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반핵운동을 묵묵히 해온 운동가들과 부산시, 정치권, 시민이 똘똘 뭉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역사적인 쾌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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