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가동 중지해도 영원히 고향 떠날 것"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2 19:26:14
  • -
  • +
  • 인쇄
서용화 씨 "계속 살면 자식·손자가 또 봐야 하기 때문"
△ 고리1호기 주변에 사는 부산 기장군 서용화씨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부산 기장군 월내마을 토박이인 서용화(60)씨. 서씨는 12일 에너지위원회가 고리1호기 영구정지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달라지는 게 없다고 말한다. 2015.6.12 pitbull@yna.co.kr

"고리 1호기 가동 중지해도 영원히 고향 떠날 것"

서용화 씨 "계속 살면 자식·손자가 또 봐야 하기 때문"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원자력발전소 주변에는 매년 수백억원 지원금 나오니까 살기 좋은 줄 알죠? 저는 고향 떠날 겁니다."

부산시 기장군 월내마을 토박이인 서용화(60)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60년대 후반에 고리 1호기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에 서씨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 대부분은 그게 원자력 발전소인지도 몰랐다.

공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조용하던 마을엔 외지인 수천 명이 드나들었고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사장 근로자들을 위한 숙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돈이 몰리니까 살림살이가 나아지려나 싶었다.

어느새 작은 바닷가 마을의 자랑이던 해수욕장은 매립돼 왕복 2차로 도로가 됐다.

정부에서는 느닷없이 고리 1호기 주변을 그린벨트로 지정했다.

정부가 발전소 주변 지역에 매년 수백억원 지원금을 준다고 들었지만 저녁 밥상 위에 고기 반찬이 올라오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결정적이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월내마을에 여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고리 1호기를 두고 '두부공장'이라고 해도 의심을 사지 않았다.

그런데 매년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서씨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실감했다.

"단체예약 손님이 있어 식사 준비를 다 해뒀는데 횟집 앞바다 건너편에 고리 1호기를 보더니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고 돌아가더군요."

이 일대 주민들은 일년 365일 동안 고리 1호기를 보며 산다. 보기 싫어도 보인다.

집을 새로 짓게 되면 바다 쪽 경치가 일부 막히는 것을 감내하고 창문 너머로 고리 1호기가 보이지 않도록 가림판까지 만드는 집도 있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토박이가 고향을 버리고 외지로 향했다.

서씨는 사실 이번에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권고 결정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무리 떠들어도 누구 하나 관심 두는 사람도 없었고 정부는 물론 고리 1호기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신뢰도 없었다.

서씨는 "내가 죽기 전까지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문제 중 하나가 고리 1호기 폐로(영구정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2일 에너지위원회가 이런 결정을 내렸지만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달라지는 게 없다.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한 30여년 전 예전의 고향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서씨는 고리 1호기가 들어선 고리마을이 고향이던 아내(55)와 월내마을을 영원히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고리 1호기가 가동되지 않다고 해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며 "행여나 내가 여기에 계속 살게 되면 내 자식들, 내 손자·손녀들이 오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고리 1호기의 모습을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