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채취 어렵다면 과감히 차선책인 인후도말 해야"
"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길목"…지역사회 의료네트워크 절실
"메르스 음성 1·2차 확진결과, 믿지 않았다"
아주대병원 합리적 의심으로 확진환자 발견…노출격리자 '0'명
"가래채취 어렵다면 과감히 차선책인 인후도말 해야"
"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길목"…지역사회 의료네트워크 절실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지난 9일 낮 12시48분께. 67세의 여자 폐렴 환자가 수원 아주대 병원에 도착하자 병원 옥외진료소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으로부터 "폐렴환자가 있다. 중환자이기 때문에 큰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전화 한 통을 받은 뒤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온나라가 긴장에 휩싸여 있던 때인만큼 '폐렴'이라는 말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환자가 최근 거쳐온 병원을 확인해보니 지난달 23∼29일 평택굿모닝병원에서 가족 간병을 했다는 이력이 나왔다. 당시만 해도 평택굿모닝병원은 메르스 확진자 경유병원으로 분류되어 있었기 때문에 메르스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때 용인세브란스에 있기 전 병원과 보건소에서 2차례 진행한 메르스 검사에서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는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보건당국의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였기 때문에 병원이 재차 메르스 검사를 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그러나 병원은 합리적 의심을 시작했다.
임승관(42) 아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 환자로부터 제대로 된 가래를 채취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래는 폐에서 채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검체인데 여러 정황상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이 환자가 도착하자마자 옥외진료소에서 가래가 아닌 코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확보하는 인후도말 방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녹십자에 의뢰한 1차 검사 양성판정, 이후 보건복지부의 2차 양성 확진 판정이 나왔고 이 환자는 '118번 환자'로 불리게 됐다.
그 뒤 격리된 응급실에서 피검사를 하고 환자를 음압시설이 확충된 중환자실에서 진료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의료진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N95 마스크, 방호복, 장갑을 착용해 메르스 감염노출을 완전히 차단했다.
환자는 의료진의 관리하에 격리됐으며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해 마스크를 씌워 내원객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했고, 결과적으로 의료진과 내원객 중 노출격리자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병원의 철저한 대응에도 118번 환자는 끝내 13일 이날 오전 3시30분께 숨졌다. 결과적으로 보건 당국의 부정확한 메르스 유전자 검사로 처치가 늦어져 환자가 숨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주대 의료진은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선 정확한 검체 채취와 지역사회 중·소형 병원에 대한 인적·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가래가 가장 좋은 검체이지만 확실한 확보가 어렵다면 과감히 차선책인 인후도말 등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검사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고 확진자를 조기에 확인,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지역사회 내 감염은 공식적으로 보고된 바 없다. 모두 병원 내 감염이다. 그렇다면 결국 지역 곳곳에 있는 병원이 확산의 길목에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증상인 고열, 오한, 근육통을 보이는 환자는 결국 병원으로 오기 때문에 의심증상을 보인 환자가 내원했을 초기부터 격리, 역학조사, 검체조사를 철저히 진행해 추가감염 가능성을 최소화 해야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대형병원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소형병원은 현실적으로 쉽지않다. 매뉴얼만 줄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실제로 가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자체 단체장이 지금 해야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의료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의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에 맞는 정책을 짜는 것이다. 중소형 병원을 위한 행정적 서포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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