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세계유산' 설득전 직접나선 외교장관…위원국 연쇄접촉
윤병세, 나치 노역자료 보존소 찾고 크로아티아·말레이 장관과 회동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진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할 세계유산위원회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위원국들을 상대로 직접 외교전에 나섰다.
의장국 독일을 포함한 3개 위원국의 외교 수장을 이례적으로 잇따라 접촉하고, '가해의 역사'가 보존된 해외 현장을 찾는 등의 행보로 우리 입장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데 적극 나선 것이다.
지난 12일 독일을 찾은 윤 장관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베를린 브리처 슈트라세에 있는 나치 강제노동 문서센터를 방문했다.
이 문서센터는 과거 강제노동자 2천 명을 수용했던 숙소였으나, 현재는 일부가 독일 내 나치 강제동원의 역사 자료를 모아둔 곳으로 바뀌었다.
윤 장관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등재 추진과 관련해 부정적인 역사를 외면하지 말고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강조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일본이 산업시설 등재 명분으로 내세운 '메이지(明治) 산업혁명'의 이면에 조선인 강제노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있음을 드러내야 한다는 우리 입장과 맞닿는다.
윤 장관은 관람을 마치고 방문록에 "2차대전 기간 강제노역 희생자, 그리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며 미래로 향하는 독일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썼다.
그는 슈타인마이어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한일 간 양자협의 및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인 독일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그의 독일 방문은 지난 2월 이후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이어 윤 장관은 우리 외교장관으로서는 1992년 수교 이래 처음으로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13일 베스나 푸시치 크로아티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했다.
크로아티아는 세네갈, 카타르, 자메이카, 인도와 함께 세계유산위원회 부의장국이다.
윤 장관은 크로아티아 방문 이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인 말레이시아의 아니파 아만 외교장관과 14일께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회동에서도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는 비중 있게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파 외교장관은 말레이시아의 이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 수임에 따라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뉴욕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이달 28일부터 독일 본에서 21개 위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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