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듯'…안방극장서 1인2역 도전하는 여배우들

전형득 기자 / 기사승인 : 2015-06-14 09: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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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가면' '밤을 걷는 선비' '사임당' 1인 2역 주요 소재로"단조로운 스토리 더는 안 통해…다양한 변조 만드는 장치"

[부자동네타임즈 전형득 기자] 지상파 드라마가 1인 2역에 빠졌다.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KBS 2TV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를 비롯해 최근 방송을 시작한 SBS TV 수목드라마 '가면', 7월 방송을 앞둔 MBC TV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는 모두 1인 2역의 여주인공을 내세웠다.

내년 초 SBS에서 방송 예정인 '사임당, 더 허스토리'에 출연하는 이영애도 대학교수와 신사임당 1인 2역을 맡았다.

더는 단조로운 러브 스토리로는 시청자의 시선을 끌 수 없는 상황에서 다중인격, 1인 2역 등의 극적 장치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풀어가는 도구가 됐다.







◇ 쌍둥이, 도플갱어 그리고 타임슬립

지난 4월 방송을 시작한 '후아유'는 방송 전부터 기존의 학교드라마에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더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역 출신 배우 김소현의 1인 2역이 이 미스터리의 키포인트.

어릴 적 입양돼 강남의 사립고등학교를 다니는 고은별은 통영의 고아원에 남겨져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된 쌍둥이 자매 이은비를 향한 죄책감에 은비에게 자신의 삶을 잠시 양보한다.

시청자는 쌍둥이 자매 은별·은비의 지난 이야기를 유추하며 극에 몰입했고 18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진 두 사람의 재회에 박수를 보냈다.







어딘가에 살고 있던 자신과 똑같은 대상을 마주하게 된다는 '도플갱어'를 모티프로 한 '가면'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한 여자가 다른 여자의 삶을 살며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다.

수애가 가난한 백화점 직원 변지숙과 차기 대통령 후보를 아버지로 둔 서은하를 연기한다.

서은하를 대신해 최민우(주지훈 분)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 변지숙이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아슬아슬 줄을 타는 모습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이영애와 김소은은 타임슬립(시간여행) 드라마를 통해 시공간을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한다.

10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이영애는 신사임당의 삶을 재해석한 '사임당'에서 조선시대 신사임당과 한국 미술사를 전공한 대학강사 1인 2역을 맡았다.

'밤을 걷는 선비'에 출연하는 김소은은 뱀파이어가 된 연인 김성열(이준기)을 살리기 위해 주저 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여인 이명희와 속내를 알 수 없는 도도한 규수 최혜령을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를 이을 예정이다.



◇ '자연스러운 만남' 위해 특수촬영·대역

최근 '후아유'는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쌍둥이 자매 은별과 은비의 재회 장면을 방영했다.

한 공간에 마주 앉은 두 인물이 서로를 쳐다보고 대화를 나누며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 이질감 없이 그려졌다.

이 장면은 두 사람으로 분한 김소현을 각각 특수 카메라 장비로 촬영한 뒤 컴퓨터그래픽(CG)로 합성하는 편집을 통해 탄생했다.







제작진은 "촬영과 편집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쌍둥이가 등장하는 장면을 더 다양하고 완벽하게 그리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썼다"고 밝혔다.

'후아유' 제작진은 쌍둥이 장면 촬영을 위해 대역 배우를 섭외했는데 가능한 한 김소현과 비슷한 체격과 외모의 배우를 찾기 위해 오디션까지 열었다고 한다.

배우에게도 더욱 섬세한 연기가 요구된다.

김소현은 방송 전 "두 친구 모두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어서 시청자 분들이 처음엔 조금 헛갈리실지도 모르겠다"며 "시청자 분들이 두 친구의 마음에 공감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SBS '가면'도 백화점에서 두 인물이 만나는 장면을 촬영할 당시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현장에서 찍었지만 가까이에서 서로 마주보는 장면은 스튜디오에서 '크로마키' 기법으로 촬영해 컴퓨터그래픽으로 편집했다.

이용석 SBS 책임 PD는 "과거에는 현장에서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고 두 번 촬영한 뒤 조금이라도 더 자연스럽게 합성하기 위해 초를 재가며 편집하는 등 고생을 해야했는데 요즘은 편집 기술이 좋아져 1인 2역 편집에 대한 부담이 어느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1인 2역' 주목받는 이유는

1인 2역은 남 모르는 비밀, 운명의 장난, 전생의 인연 등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는 소재들을 복잡하지 않고 쉽게 풀어가는 장치다.

올 초에는 지성이 7개의 인격을 연기해 화제가 됐던 MBC TV '킬미 힐미'와 현빈·한지민 주연의 SBS TV '하이드 지킬, 나', KBS 2TV '블러드' 등 남자 배우들을 앞세운 '다중 인격' 소재 드라마가 줄을 이었다.

2013년 방송된 SBS TV '야왕'의 주인공 권상우도 어려서 헤어진 쌍둥이의 1인2역을 소화했다.

이처럼 1인 2역은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다.

이용석 PD는 "1인 2역은 주인공의 운명을 극에서 극으로 움직여 더욱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에 좋다"며 "요즘 드라마들이 러닝타임이 길어지면서 풍부한 이야기를 만드는 장치로서 주목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PD는 또 "우선 배우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1인 2역을 좋아한다"며 "특히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배우들의 경우 연기력을 다시 증명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어해 이런 콘셉트를 잡으면 캐스팅이 잘 된다"고 덧붙였다.

수애는 앞서 '가면' 출연에 대해 "1인 2역의 도플갱어 소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 두 가지 역할은 가난하고 부자인 모습으로 상반된다"며 "그래서 가난하면서 충족된 내면과 부자이면서 빈곤한 내면을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후아유'의 홍보사 와이트리컴퍼니 관계자는 "'응답하라'시리즈, '미생' '킬미힐미' 등 최근 히트한 드라마를 보면 어떤 장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며 "1인 2역이라는 장치를 통해 시청자가 관계를 추리하도록 함으로써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나갈 수 있고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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