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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하는 한·중 문학인 최원식-티에닝 (베이징=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최원식 문학평론가(오른쪽)와 티에닝(鐵凝) 중국작가협회 주석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국제호텔에서 대담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열리는 제3회 동아시아문학포럼의 한국·중국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2015.6.14 jjaeck9@yna.co.kr |
"닮은 듯 다른 한·중 문학…살아있는 현실 만날 수 있어"
최원식 문학평론가-티에닝 중국작가협회 주석 대담
(베이징=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과 중국 문학은 매우 유사하게 발전해 왔습니다. 지금의 살아있는 중국 문학을 만남으로써 한국 문학인도 진정한 중국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겁니다."(최원식)
"한국과 중국 작가는 다른 듯하면서도 인류 평화와 환경, 가정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공통으로 갖고 있습니다. 한국 문학을 지속적으로 중국에 소개한다면 한국 드라마와 가요 못지않은 '마음의 영향력'이 있을 겁니다."(티에닝)
한국의 최원식 문학평론가와 티에닝(鐵凝) 중국작가협회 주석(소설가)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국제호텔에서 마주앉았다. 두 사람은 12일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제3회 중·한·일 동아시아문학포럼의 한국 조직위원장과 중국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두 문인은 한국과 중국 문학이 이미 고전의 시대부터 서로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다며 현재의 작가와 독자도 상대국 작품을 보며 그 사회를 더 실감 나게 간접 체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삼국지와 논어, 중국 고전 장시 등은 현재까지 한국 작가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한국 문학과 중국 문학 사이의 차이가 벌어지기도 했죠. 그럼에도 루쉰(魯迅), 바진(巴金), 라오서(老舍) 등의 작품은 고전 못지않게 한국 지식인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최원식)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고 얼마 후 한반도는 분단되면서 한국과 중국 문학은 오랜 단절의 시기를 겪었다. 1992년 한중 수교가 되고서야 양국 문학은 적극적으로 소개됐다.
최 평론가는 "한국과 중국 문학은 수교 이후, 그동안의 단절을 조롱이라도 하듯 급속하게 비슷해졌다"며 "이제 한국 문인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의 살아있는 중국 문학과 접촉해 남아 있는 '옛 중국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티에닝은 한국 여성 작가들의 소설에 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티에닝은 "1회 포럼에 참석한 신경숙은 물론이고 3회 포럼에 자리한 김애란 작가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며 "김애란의 작품을 보면서 한국 이야기를 뉴스보다도 실감 나게 느꼈고, 여성의 낙관적이고 유머 있는 태도를 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티에닝은 2006년 중국작가협회 주석 자리에 올라 10년 가까이 협회를 이끌고 있다. 최 평론가는 계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 주간을 거쳐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지내면서 한국 문학의 변화상을 지켜봤다.
두 사람이 글을 쓰는 동안 중국 경제는 급속 성장했고 한국은 정보화의 파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문학계도 그 사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
티에닝은 "1980년대에는 문학이 중국 사회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지만 이제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자기 작품을 인터넷으로 연재해 돈을 버는 이들이 방대한 작가군을 형성했다"며 "중국에서 지난해 종이로 출판된 장편이 수천 편인 반면 인터넷을 통한 발표는 10만 편을 넘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통 작가와 인터넷 작가 사이 갈등도 있었지만 서로 상대를 보며 반성하는 긍정적인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며 "작가협회에서는 인터넷 작가와 전통 작가가 한자리에 모여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한국은 인터넷을 무대로 한 문학이 활발해지기보다 인터넷 발달이 전통 종이 문학에 영향을 주는 모습"이라며 "지금까지 작가들이 덜 배출됐던 군에서도 많은 작가가 나오게 됐는데, 대표적인 것이 여성 작가의 대거 출현"이라고 말했다.
중국작가협회 주석이 될 당시 40대의 젊은 나이에, 결혼도 안 한 여성으로 더 큰 주목을 받은 티에닝은 중국에서 여성 작가의 지위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티에닝은 "1950년대에는 여성 작가를 소개하는 글에 '미녀 작가'라는 식으로 작가의 모습에 대한 묘사가 꼭 따라붙었고, 여성 작가가 상품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했다"며 "하지만 중국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한 덕분에 미녀 작가라는 지칭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남성 작가와 토론도 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정보화·세계화를 마주하는 동아시아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지난해 한국의 출판사 대표가 제 장편 '장미의 문'을 한국어로 출간하겠다고 찾아왔기에 '책으로 돈을 벌기 어려운데 왜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대표가 '맞습니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이 없으면 우리 인류는 더 큰 위기를 직면할 것입니다'라고 답하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류의 정신세계를 위해서 동아시아 문학이 버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티에닝)
"세계문학은 사실 지역문학입니다. 아프리카 문학, 남미문학, 북미문학이 있지만, 동아시아 문학은 아직 지역 문학으로 자리 잡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한·중·일 세 나라는 자기 나라만 바라보고 문학을 발전시켰지만 이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서로 상호작용을 해서 동아시아 문학을 집합적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최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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