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50년> ⑦새로운 50년 어떻게 열 것인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5 06: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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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사대립 확대해석 말아야…한일, 협력할수록 이익"
△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4년 11월 13일 오후 미얀마 국제회의센터(MICC)에서 열린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기념촬영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일수교 50년> ⑦새로운 50년 어떻게 열 것인가

"최근 역사대립 확대해석 말아야…한일, 협력할수록 이익"



(도쿄·서울=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김효정 기자 = 한국과 일본이 오는 22일로 국교정상화 50돌을 맞지만 여전히 양국관계의 전면에는 미래에 대한 전망보다 과거사의 상처가 있다.

이런 한일관계의 현주소와 관련해 양국의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15일 역사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한 양측 모두의 관용적인 자세를 요청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뗄 수 없는 이웃나라로서 양국이 '협력의 공간'을 모색하며 새로운 50년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 = 지난 50년간 전체적으로 한일 간에는 우호협력 관계가 잘 유지됐고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를 내는 협력 관계였다.

항상 역사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정치적으로나 안보, 경제, 문화 등의 영역에서 협력은 굉장히 활발히 진행됐다. 인적 왕래나 무역, 투자 등의 지표를 보면 거의 비약적인 도약을 했다.

지난 50년 전체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 대립으로 협력적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최근의 사태를 확대 해석하는 것이다. 착시라고 할 수 있다.

구조적 변화에 따라 한일관계에 조정이 필요한 국면에 와 있다고는 할 수 있다.

냉전 체제의 붕괴 이후 새로운 국제관계가 형성된 것과 중국의 급부상, 양국 국력의 상대적 변화, 한국 정치사회의 민주화·다원화 등에 의해 1965년 당시 당면했던 현실이 많이 달라졌다.

현재 다소 비정상적 관계인 한일관계를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더불어 '미래 비전'을 가져야 한다.

미국·중국의 양강 구도 속에 끼어 있는 한일은 냉전체제 미소 대결 하의 서유럽에서 많은 시사를 얻을 수 있다.

당시 서유럽은 지혜를 발휘해서 과거사를 넘어 공동 번영할 수 있고 평화로울 수 있는 나름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본다.

한일은 잘 따져보면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고 있으며 선진 경제를 갖고 있다. 협력만 한다면 동아시아에서 공동 번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한일이 중심이 돼 한중일, 한미일 협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한일관계가 완전히 역사 문제에 매몰돼 있는데 이를 빨리 극복하고 협력의 공간을 찾아나가는 게 우리 미래에 필요한 전략이다.

역사 문제에서는 일본의 과거를 직시, 반성하는 태도가 화해의 기본이라고 하지만 우리도 그런 자세에 관용을 베풀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 = 1965년 한일협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는데 현실적이지 않다.

국가 간 관계를 100점 만점의 틀로만 볼 수 없다. 이미 이뤄진 협정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균형을 잡고 만들어낸 것으로 본다. 불완전한 대로 보완하는 노력이 현실적이다.

한일 간에는 이해관계의 공통분모를 찾아서 협력의 접촉면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한일간에는 역사 문제의 기본 모순이 있으며 그것이 금방 해결되기 쉽지 않다.하루속히 전면적 협력관계를 회복한다든지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역사 문제와 같은 내상의 부분은 장기적으로 간다고 보고 '분리대응'해야 한다.

쉽게 타협할 수 없고 원칙을 주장해야 하는 부분은 계속 유지하면서, 상호 이익이 되는 부분에서는 실용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것이다. 후자는 이해관계를 잘 계산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역사의 영역과는 분리해 협력하는 것이다.

이해관계에 기초한 제한적 협력 관계가 조금씩 확대되면 그 과정에서 신뢰관계도 조금씩 향상될 수 있다.

그러다 장래 어느 순간 일본이 역사문제 등에 대해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이해득실을 따져 '쿨하게' 협력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지에 의한 감성적 판단에 기우는 경향이 상당히 뿌리깊다.

특히 한일관계에서 더욱 그러한데 이 점을 우리도 좀 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원인을 제공한 일본 측이 기본적 인식을 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무라야마 담화 등 최소한 그동안 축적된 것은 흔들지 말아야 한다.

그런 기준이 일본에 확실히 정립되고, 이를 토대로 우리도 감성적 접근을 벗어날 수 있다면 그때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다.



◇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도쿄대 현대한국연구센터장) =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50년간의 한일 관계가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보는 경향이 느는 것이 걱정된다.

한국을 위해서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 한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인식이나 과거사를 몇 번 사과했는데 한국이 용서하지 않는 등 관계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분위기가 일본에 있다.

역사문제가 아주 중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지금 한일 관계의 역사 문제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50년간 한일 관계의 구조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양국 정부나 사회의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이에 너무 과잉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 양측은 서로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대립할수록 서로 손해를 보고 협력할수록 서로 이익을 보는 관계다. 현재의 양국 사이에는 명확한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보이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것보다는 제삼자, 예를 들면 미국, 중국, 북한 등 대상을 설정해놓고 이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상태다.

일단은 이런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하되 그다음에는 쌍방이 공통의 가치나 목표,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해 협력하는 관계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는 정치적 선택의 문제이며 나는 그렇게 기대한다.

지난 50년간 한국과 일본이 경제·외교 면에서 협력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일본은 한국만을 위해서 움직인 것은 아니고 자신을 위해 행동했지만 그런 가운데도 한국과 협력했다. 이 과정에서 남북 체제 경쟁에서 한국이 완전한 우위를 차지했고 냉전 체제의 종식에도 이바지했다.

일본은 과거의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역사 문제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일본이 한국을 배려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심으려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이용하는 측면도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할지는 한국과 일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상회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神戶)대 교수 = 지난 50년은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맺고 관계가 깊어졌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치·외교면에서는 1965년에 무리하게 만든 양국 간의 기본적인 합의 사항이 붕괴해 가는 50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전반 25년간은 기본조약에서 맺어진 내용을 한일 양국이 그대로 준수했고 한국 정부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문제가 해결됐다는 뜻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런 해석이 변했고 영토, 역사 인식 문제를 포함해 합의가 허물어져 가는 중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징용 노동자 문제 등 조약의 예외로 인정되는 사안이 늘어날 것이고 일본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조약에 대한 양국 법원의 이해가 다른 이상 양측 정부는 이를 따라야 하므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된다.

결국, 내버려두면 한국과 일본은 '황혼 이혼'을 맞을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우선 한일기본조약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청구권 협정에 쓰여 있는 중재위원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에 가까운 국제기관, 제삼자를 참여시켜 한일 기본 조약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논의를 통해 양국 법원과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국제적인 양보의 선을 제시하는 구상이다. 동시에 한일 양국 국민이 자신들의 논의가 어디까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어떤 것이 인정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한국과 일본은 서로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이웃 국가이므로 중요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사람들에게 왜 그런지 물어보면 답하지 못한다. 이웃국가이므로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제화로 선택지가 많아진 상황임에도 이웃 국가만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있다.

예를 들어 전기 네트워크는 이웃국가끼리나 구성할 수 있다. 독일이 원전 폐지를 결정한 것은 거대한 유럽연합(EU) 전기 네트워크를 통해 이웃 국가인 프랑스가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유전 사업을 발주·수주하거나 협상창구를 단일화해서 산유국과 교섭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구조활동 등에 도움을 주는 것은 가까이에 있는 이웃 국가가 아니면 제때 대응하지 못한다.

또 교육을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의 대학이 타국과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이 프로그램의 상대는 역시 한국의 대학일 것이다. (취재보조: 이와이 리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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