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잡는 경기도 역학조사관 "의료진에 위로·격려 필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5 13: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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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보건당국의 소통·협력이 메르스확산방지에 중요…성빈센트병원 모범사례
역학조사외 행정·민원도 처리하는 고충…여러 기관 참여 '현장TF'구성 필요

메르스잡는 경기도 역학조사관 "의료진에 위로·격려 필요"

병원·보건당국의 소통·협력이 메르스확산방지에 중요…성빈센트병원 모범사례

역학조사외 행정·민원도 처리하는 고충…여러 기관 참여 '현장TF'구성 필요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비록 공중보건의로 복무중이지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격려와 위로를 받고 싶습니다"

15일 경기도청에서 만난 경기도 공중보건의 이모(32)씨는 15일 "잠을 안 자면서 의료진과 역학조사관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진촬영과 실명공개는 거부했다.

올해로 공중보건의 복무 3년차 마지막 해를 맞은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 이후 한 달 가까이 경기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메르스를 관리하는 역학조사관이다.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환자 3명이 거쳐 간 수원 성빈센트병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병원에서 추가 감염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메르스 감염 확산을 막으려면 보건소와 병원, 보건당국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삼성서울병원과 달리 성빈센트병원은 확진자가 거쳐 갔는데도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 병원이 초기 대응을 굉장히 잘했다. 성빈센트병원에는 3번 환자와 그의 딸 4번 환자, 9번 환자 등 3명이 거쳐 갔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던 3번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있었다. 그가 16일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성빈센트로 갔는데, 20일 평택성모병원에 역학조사관들이 조사를 나갔을 때 그가 성빈센트로 전원한 것을 알고 전화로 "메르스가 의심되니 빨리 격리해달라"고 하자 병원이 10여분만에 격리조치를 완료했다. 9번환자가 왔던 27일에도 모든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시키고, 즉각 1인실로 격리시킨게 주효했다.

-- 성빈센트병원의 감염병 환자 대처가 모범사례가 되는지.

▲ 감염병 환자에 대처하는 기본에 충실했다. 병동 전체를 코호트 격리하면서 일반 환자에게 충분히 사정을 설명해 불안감을 해소한 환자들이 많은 협조를 했다. 역학조사관에게도 정확한 환자들 정보를 제공해 초기에 신속한 통제관리를 할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성빈센트병원에서는 추가 감염환자가 나오지 않았고, 지난 11일 메르스 접촉자 격리해제 통보를 받게 됐다.

-- 다른 병원들도 협조를 잘하는지.

▲ 역학조사관들이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에 역학조사를 나갔을 때 협조를 잘 안 하는 병원도 있다. 환자 명단 확보도 안 돼 있거나, "이 환자는 괜찮으니까 조사를 안 해도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나오면 현장의 역학조사관들이 매우 힘들다.

-- 메르스확산방지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확실한 통제다. 성빈센트병원이 했던 것 처럼 코호트 격리 같은 것이다. 비관리상태를 철저한 관리상태로 바꾸는 게 코호트의 장점이다.

-- 현장 역학조사하면서 어려운 점은.

▲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환자가 발생하면 이동경로를 추적하는데 한 사람만으로는 부족하다. 환자 5명이 발생했다면 최소 1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신속한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현재의 역학조사관으로는 부족한가.

▲ 경기도 역학조사관은 현재 2명이다. 전국에 34명이 있는데, 평상시에는 이 숫자도 충분하지만, 대형 사태때는 34명이 전부 달려들어도 한계가 있다.

-- 역학조사관의 경험부족 문제가 지적되기도 하는데.

▲ 일부 오해가 있다. 공중보건의가 역학조사관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전문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병원에서 5년 이상 생활하면서 감염관리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전북의 사례가 언론에 보도됐는데, 역학조사관이 혼자 처리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다른 요인들이 있다.

-- 의료진이 힘들게 메르스와 싸우고 있다. 역학조사관들은 어떠한가.

▲ 사실 5월20일부터 한달 가까이 쉬지도 못하고 지친 게 사실이다. 쉴 때도 집에도 못 가고 24시간 비상대기한다. 지쳐서 한계에 다다르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역학조사관들이 그런 시점이 온 것 같다.

-- 보건당국에 건의할 사항이 있나.

▲ 일선의 역학조사관이 행정과 민원해결까지 해야 한다는 것 해결해야 할 문제다. 환자들에게 격리사실을 말하면 폭언이 날라온다. '내 생계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오면 '나라에서 해주지 않겠느냐'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격리를 당해야 하는 환자들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민원과 행정은 우리보다 잘아는 전문가들이 있지 않은가. 역학조사관과 민원행정을 처리할 관계자들이 한 팀을 이뤄 현장에 나갔으면 좋겠다.

-- 국내에 전문 역학조사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 역학조사관에 관심있는 공중보건의는 많은 것 같은데, 남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역학조사관을 했던 공중보건의 선배들이 60여명 있는데, 선배들이 왜 안 남았는지 궁금하다. 개인별 생각이 다를 것이고, 2∼3년 하고 마는 것도 문제다. 남게 할 유인동기도 없다.

-- 당부하고 싶은 말은.

▲ 현장 의료진에게 들은 말인데, 헌신적으로 일하는 의료인들의 자녀가 지역에서 왕따를 당하고, 보건소 안에서도 감염병 담당자가 같은 직원들에게서 거리감을 느낀다고 한다. 가장 위험에 노출돼 있으면서 고군분투하며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감정적으로, 행정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잠 안자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위로받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진짜 외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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