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영국 노동당 차기 당수직 경선 4파전
여성의원 2명 출사표…노선 공방 가열 전망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지난달 실시된 총선에서 참패한 영국 노동당을 이끌 새로운 당수 자리를 놓고 4명의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30년 만의 최악의 결과를 냈다. 보수당에 과반 의석을 내주고 기존보다 의석 수가 26석이나 줄어들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에드 밀리밴드의 후임을 뽑는 이번 당수 경선은 선거 참패 이후 불거진 노동당 내 정책 노선 공방을 가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은 15일(현지시간) 정오 후보 접수를 마감한 결과, 앤디 버냄(45) 의원, 이베트 쿠퍼(46·여성) 의원, 리즈 켄달(44·여성) 의원, 제레미 코르빈(66) 의원 등 4명이 출마했다고 밝혔다.
당수에 도전하려면 최소 35명의 의원들로부터 지지 서명을 얻어야 하는데 버냄 의원이 가장 많은 68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이어 쿠퍼 의원이 59명, 켄달 의원이 41명, 코르빈 의원이 36명 등으로 지지를 얻었다.
코르빈 의원은 마감 직전에 가까스로 후보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내 강경파 사이에서 강경파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코르빈 의원이 막판에 지지 의원들을 모아 신청했다.
버냄 의원과 쿠퍼 의원은 이번에 도전에 나서지 않은 추카 아무나 의원 등과 함께 일찌감치 차기 당권 주자로 여겨져온 인물들로, 밀리밴드 당수 아래 예비내각을 맡았다.
총선 기간 노동당 지지를 선언한 일간 가디언은 버냄 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쿠퍼 의원과 켄달 의원을 앞선 양상이라면서도 코르빈 의원의 출마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근 며칠 당내 분위기를 지배했다고 전했다.
강경파 후보 합류가 앞으로 전개될 경선 기류에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을 뜻한다.
코르빈 의원은 복지지출 확대와 노동조합을 보호하는 관련법 강화를 주장해온 대표적 강경파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2001년 총선에서 처음 의회에 입성한 후 고든 브라운 전 총리 재임 시기에 문화 장관 등을 지낸 바 있는 버냄 의원은 지난 총선 캠페인 당시 이번 공약들이 "이제까지 4차례 선거에서 내놓은 공약들 가운데 최고"라고 표현한 바 있다.
만일 그가 당수직에 오른다면 노동당 기존 정책들의 골격이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총선 참패로 이어진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당내 압력 또한 거센 까닭에 전망이 쉽지 않다.
노동당 출신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정치적 중도 성향을 끌어안는 방향으로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이번 총선을 이끈 밀리밴드 전 당수는 2011년 당수직에 오르자 블레어의 '제3의 길'을 사실상 버리고 정통 좌파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선거전이 초박빙으로 전개되면서 밀리밴드나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모두 노동당과 보수당의 색깔과는 동떨어진 공약들을 남발한 까닭에 밀리밴드가 제시한 공약들이 과연 '정통 좌파'의 공약들이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만 선거 기간 보수당 일각에선 '부자 증세, 서민 감세'를 대표 공약으로 내건 밀리밴드의 이름을 빗대 '레드' 밀리밴드라고 부르며 그의 좌파 성향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버냄 의원과 쿠퍼 의원 캠프 측에서 켄달 의원이 중도 포기할 것이라는 말들을 흘리는 가운데 켄달 의원은 끝까지 갈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의원들과 당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당수직 경선은 오는 8월 중순 시작돼 9월 10일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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