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받던 이응노, 나무도시락·간장으로 작품을 만들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6 16: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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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미술관, 미공개작 '구성' '군상' 등 57점 선보여
△ 이응노 '구성'

재판받던 이응노, 나무도시락·간장으로 작품을 만들다

이응노미술관, 미공개작 '구성' '군상' 등 57점 선보여



(대전=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고암 이응노(1904~1989) 화백은 회화로 잘 알려져있지만 조각을 통해서도 특유의 '문자추상' 기법과 '군상'의 이미지를 보여왔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이 16일 언론에 공개한 그의 미공개 조각은 회화와 연계된 작가의 이런 미의식을 집중적으로 부각한다.







부인 박인경 여사가 기증한 미공개작 57점을 포함해 1960~1980년대 조각 100점, 드로잉 20점 등 총 125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이응노의 조각, 공간을 열다'라는 제목만큼 작가로서 그의 감각뿐 아니라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이응노는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 작품활동을 하던 중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된다.

당시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그는 합판에 나무 조각, 고추장, 간장, 밥풀로 '구성'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날 공개된 작품은 재판소에서 점심으로 줬던 나무도시락을 식사 후 주머니에 감춰뒀다가 작업한 것이라고 한다.

나무도시락을 조각조각 쪼개가며 그간 해오던 종이 콜라주 작업처럼 붙여나간 것으로, 밥풀로 붙이고 고추장과 간장을 물감처럼 발랐다는 설명이 작품에 붙어 있다.







동백림 사건으로 수감된 2년여 기간에 그는 밥알과 신문지를 반죽해 형상이 있는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응노미술관이 진행한 구술 채록에서 박인경 여사는 그가 "감옥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갖고 작품을 했다"며 "양은 밥통을 두드려 조각작품을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응노미술관의 명예관장이기도 한 박 여사는 올해 3월 이후 그의 조각, 회화, 판화, 드로잉 등 작품 95점과 자신이 수집한 그의 유럽 활동 관련 자료 총 3천576점을 기증했다.

이번 전시에선 사람들이 팔을 하늘로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높이 3.5m의 '구성'도 선보였다.

이응노미술관은 이와 함께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여섯 사람이 군무 형태를 취하는 '군상', 붓글씨의 리듬과 형태가 인체의 형상으로 추상화된 또 다른 '군상' 작품을 꼽았다.







사람이 위로 손을 들고 있는 이들 작품에선 생명과 환희, 역동성 등을 느낄 수 있다.

전시에선 1980년대 들어 이응노가 자유분방한 운동감을 발전시킨 '군상'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작품은 문자, 사람, 꽃, 태양, 미지의 생명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조각 '남과 여'(1973)도 눈에 띄었다.

이응노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아카이브도 관람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그의 조각 전시와 관련한 도록, 기사, 포스터 등이 포함됐다.

그중에는 1970년 남프랑스의 포르-바카레스 국제조각심포지엄에 초대된 작가가 10m가 넘는 조각 '토템'을 제작하는 사진도 있다.

다른 참가자는 전기톱을 쓰기도 했지만, 그는 7t이 넘는 아프리카산 목재를 끌과 망치를 이용해 조각했다고 미술관은 전했다.





그가 생전에 작업에 사용했던 손때묻은 도구와 장식장, 음식 조리기구 등을 한자리에 모아 재현한 아틀리에 공간도 이번에 이응노미술관에 마련됐다.

작가가 조각을 시작한 것은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였지만 그 이전 1955년 경주 여행에서 봤던 '금강역사' 조각이 주요한 계기가 됐다.

그는 1960년대 들어 콜라주 작업에 몰두하면서 그림을 그리다 버린 한지, 신문지나 잡지 등을 손으로 찢어 붙이고 긁어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첫 번째 조각작품은 1964년 역시 나무로 제작한 '세 얼굴'이었다.







그의 조각은 초기에는 거칠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간결하고 정갈한 형태로 변화했고 1980년대 들어선 구상과 추상을 동시에 보여주게 됐다.

2007년 개관한 이응노미술관은 현재까지 모두 1천332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게 됐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이응노 선생의 회화에서 보였던 기법과 이미지가 입체가 돼 조각에서도 나타난다"며 "다양한 장르로 외연을 넓힌 그의 작품세계를 재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응노미술관은 2010년 설치한 전시실 내부 가벽을 최근 철거해 대부분 벽면이 유리창으로 이뤄진 초기 설계 모습을 되찾았다.







이곳은 '산책'을 테마로 프랑스 출신 건축가 로랑 보두엥이 설계했다.

이번 전시는 8월30일까지다. ☎ 042-611-9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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