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협정 전문보니…재활용·저농축추진에 조건 '겹겹'(종합)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6 18: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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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한미원자력협정문 공개…"확산위험 상당한 증가 초래 않아야"
△ 개정 한미 원자력협정에 서명하는 윤병세 외교장관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윤병세 외교장관(왼쪽)과 어니스트 모니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에너지부 본부에서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문에 서명하고 있다.

원자력협정 전문보니…재활용·저농축추진에 조건 '겹겹'(종합)

개정 한미원자력협정문 공개…"확산위험 상당한 증가 초래 않아야"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우리나라가 장기적인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으로 검토하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을 수행하려면 기술적 타당성과 핵비확산성 등 다각적인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내용은 16일 정식 서명을 통해 전문이 공개된 개정 한미 원자력협정에 상세하게 포함됐다.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개정 한미 원자력협정문은 협력 원칙을 담은 전문(前文)과 총 21개조의 본문, 협정의 구체적 이행과 한미 고위급위원회를 각각 다룬 2개의 합의의사록으로 구성됐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을 위한 파이로프로세싱과 미국산 우라늄 저농축의 추진 메커니즘은 본문 11조와 첫번째 합의의사록에 기술됐다.

사용후 핵연료를 잘라서 분석하는 형상·내용 변경의 일부 공정을 우리가 할 수 있게 된 근거도 이 대목에 들어있다.

본문 11조 1항은 "(재처리 및 형상·내용 변경이) 수행될 수 있는 시설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 당사자들이 서면으로 합의하는 경우에만 이뤄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세부 합의사항을 합의의사록에 담았다.

농축과 관련해서는 11조 2항이 한미 고위급위원회에서의 협의 등에 따라 양측이 서면 약정을 체결하면 20%까지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저농축·파이로프로세싱을 추진하는 데 적용되는 기준과 절차를 담은 합의의사록 내용이다.

한미 양국은 파이로프로세싱의 경제성과 핵비확산성 등을 검증하기 위한 원자력연료주기 공동연구를 2020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순수한 플루토늄만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해 핵무기 제조에 전용될 우려가 낮다고 평가되지만,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합의의사록은 연구 완료 후 양국이 사용후핵연료 관리·처결(disposition) 기술의 "추가적 개발 또는 실증을 위한 적절한 방안을 식별할 목적으로 협의한다"고 명시했다. 공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과 협의하면 파이로프로세싱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튼 것이다.

그러나 합의의사록은 우리가 파이로프로세싱을 할 수 있는 사실상의 '조건'도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안은 기술적으로 타당하고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하며, 안전조치(세이프가드)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한미가 합의해야 이를 추진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 방안이 핵확산 위험을 '상당히' 증가시키지 않고 "(핵물질) 전용에 대한 적시 탐지와 조기 경고를 보장"하며, 공정에서 회수된 핵물질이 "합리적으로 필요한 양을 초과"해서 축적되는 것을 피한다는 데도 합의하도록 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이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앞으로 한미의 실제 협의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첨예한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농축에 대해서도 기술적 타당성과 경제적 실행 가능성, 효과적 안전조치의 적용 가능성과 함께 "그러한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장비, 구성품 또는 기술의 사용이 확산 위험의 상당한 증가를 초래할 것인지 여부를 고려한다"고 명시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실제 농축 및 파이로프로세싱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겹겹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한쪽 국가가 "예외적인 사례에 의해 야기된 핵확산 위험 또는 그 당사자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의 상당한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재활용·농축 관련 시설에 대해 부여했던 합의를 중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런 결정을 하기에 앞서 장관급에서 협의해야 하며 결정도 정부의 '최고위급'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도 달았다.

한편, 개정 협정은 서문에서 "평화적 목적을 위한 원자력의 연구, 생산 및 이용을 개발할 수 있는 NPT(핵무기비확산조약) 당사국의 불가양의 권리를 확인한다"며 "각 당사자의 주권에 대한 침해 없이 당사자들 간의 기존 협력을 확대하기를 희망한다"고도 규정했다.

기존 한미 원자력 협정이 우리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불평등하다는 일부 지적을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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