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지대 美 콜로라도에선 내집 지붕 빗방울도 내가 못쓴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7 11: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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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절수위해 빗물통 허용 입법추진했으나 물사용우선권자들 반대
△ 콜로라도강의 말편자 계곡(2008년 3월)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가뭄지대 美 콜로라도에선 내집 지붕 빗방울도 내가 못쓴다'

가뭄 절수위해 빗물통 허용 입법추진했으나 물사용우선권자들 반대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하늘에서 지붕으로 떨어져 처마 물받이와 홈통을 타고 마당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받아서 내 집 마당 화단이나 뙈기밭에 물 주는 게 불법인 곳이 있다.





원래 건조한 지역인 데다 최근 수년간 100년 만의 가뭄을 겪고 있는 미국 서부 중에서도 콜로라도주의 얘기다.

17일 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제이슨 스토리(40)라는 주민이 빗물을 받아 마당 시금치 밭에 주면 친환경적인 방법이겠다 싶어 낡은 콩소스통을 샀다가 빗방울에 대해서마저 우선사용권을 규정한 물관리 법의 이상한 조항 때문에 범법자가 됐다.

그는 "물관리 권이 어디까지 올라가느냐? 구름에 대한 소유권도 있다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지만, 물 우선사용권은 멀리 1800년대 골드러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종의 `선착권 세습'이라고 할 수 있는 우선사용권(seniroty) 체제는, 할아버지나 그 이전 세대부터 강기슭 농장 소유자 등이 강물의 사용권을 신청해 인정받은 후 그 권리가 100년 넘게 그 농장 소유권에 딸려서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다.

'먼저 얻은 사람이 먼저 행사한다(first in time, first in right)'는 개념의 물 우선사용권은 한 세기가 흐르고 수자원이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을 맞아 그 불공평성 때문에 폐지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등 다른 서부 주에선 수자원 보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물관리 기관들이 개인 가정에서 수돗물 대신 빗물을 받아 정원수로 쓰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올해 봄 콜로라도 주 의회가 여야 초당적으로 빗물 통 허용 법안을 준비할 때만 해도 가정마다 55갤런(208ℓ) 들이 물통 2개를 사서 빗물을 받아 쓰도록 하면 매년 650갤런(2천460ℓ), 즉 미국인 1명의 1주일 평균 물 사용량만큼 빗물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콜로라도주 최대 신문들과 각급 시 정부, 물관리기구, 환경보호론자들도 이 법안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콜로라도 동부 평원에 있는 농장주들을 대변하는 일부 관개수로 기관들과 정치인들이 주 헌법 조항까지 들고 나와 반대했다. 주의회 관련 상임위 위원장인 제리 소넨버그(공화) 상원의원은 "절도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제동을 걸었다.

입법 찬성 측은 대부분 지하로 빠지거나 그냥 증발해버릴 빗물을 받아 써도 강 하류 수량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소넨버그 의원은 "'그냥 조금'의 빗물이라니? 아무나 편의점에 들어가서 '그냥 한 병' 정도 생수를 갖고 나와도 된다는 말이냐?"는 반대 논리를 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정마다 물통으로 받는 빗물 량은 적지만 주 전체로 보면 하천 수량이 수백만 갤런 줄어드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콜로라도주 헌법과 오랫동안 쌓인 소송판례는 내 집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사용권도 그 집 소유권자인 내가 아니라 하천물에 대한 사용권을 먼저 획득한 농장주나 공공기관, 회사 등에 우선권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콜로라도주에서 물을 불법적으로 빼돌리는 사람은 관련기관의 중단 요구에 불응할 경우 하루 5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지만, 실제로 가정에서 빗물 통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린 일은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빗물 통 사용까지 감시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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