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귀한 데" 제논에 우물 파 남 논에 물대는 '나눔농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7 16: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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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산척면 한명동 씨 "논이 말라 팠고, 물이 나오니 나눠쓸 뿐"


"물 귀한 데" 제논에 우물 파 남 논에 물대는 '나눔농부'

충주시 산척면 한명동 씨 "논이 말라 팠고, 물이 나오니 나눠쓸 뿐"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그냥 논에 물이 없으니까 판 거지유, 뭘 자꾸 물어봐유? 딴 이유는 없어유."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목돈을 들여 자기 논에 관정(管井)을 판 뒤 이웃 논에 아낌없이 물을 나눠주는 가슴 따뜻한 농부가 있다.

17일 충북 충주시에 따르면 산척면 영덕리 계척마을 한명동(59) 씨는 봄부터 가뭄이 이어지자 누구보다도 속이 바짝 바짝 타들어갔다.

올해 이 마을에 논 3천㎡(약 900평)를 구입해 처음 모를 심었는데 하필 가뭄이 들어 첫 농사의 운명이 위태롭게 된 것이다.

다른 마을에도 논이 있기는 하지만 첫 농사에 대한 애착은 클 수밖에 없다.

인근 소류지(작은 저수지) 저수율이 5% 정도 밖에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자 한 씨는 큰마음을 먹는다.

자비를 들여 논에 관정을 파기로 한 것.

농업용수 개발을 위한 관정을 팔 때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게 보통이지만 한 씨는 지원금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무작정 관정을 파기로 했다.

작은 관정 하나를 뚫는 데는 250만 원가량 들어간다. 시골에선 여간 큰돈이 아니지만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하는데 손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지난 16일 드디어 관정이 뚤렸고 시원한 물줄기가 터져 나왔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물이 쏟아져 나오자 한 씨는 자기 논의 몇 배나 되는 인근 논 수천 평에 물길을 터 줘 나눠 쓰도록 했다.

충주시 산척면사무소 관계자는 "관정을 팔 때는 보통 정부 지원을 바라지만 한 씨는 아무 도움도 바라지 않고 스스로 파서 이웃과 물을 나눠 쓰고 있다"고 전했다.

한 씨는 거듭된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뿌리치며 연신 손사래만 쳤다.

"좋은 일 한 거 하나도 없어유. 연못까지 말라서 (관정을) 팠고, 물이 나오니 알아서 (이웃들한테) 나눠 쓰라고 한 거유. 더 이상 묻지 마셔유."

이웃 주민은 "말은 안 하지만 가뭄으로 속이 타들어가는 농부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헤아리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아전인수(我田引水·제 논에 물대기)가 판치는 요즘 세태와 극도로 대비되는 농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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