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QAP 내 가장 위험한 인물은 폭약전문가 아시리"
FP 보도, 사우디 출신으로 '불사조' 같은 존재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곤히 잠든 서방 측 대테러 담당자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떡 일어설 인물."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 예멘 지부인 예멘알카에다(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최고지도자인 나세르 알와히시가 지난 12일 예멘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소속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가운데 AQAP 소속 한 인물의 행방에 관심이 쏠린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P가 "가장 위험한 인물"로 표현한 주인공은 폭발물 제조 전문가 이브라힘 알아시리라는 외부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의 죽을 고비도 넘긴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사우디 출신인 알아시리는 금속탐지기나 폭발물 탐지견에도 걸리지 않는 비금속 폭발물 제조에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으며, 이를 감지한 미국이 여러 차례 제거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FP는 전했다.
그는 AQAP와 연결된 나이지리아 테러범 우마르 파룩 압둘무탈브가 알아시리가 제조한 폭발물을 속옷에 감춰 지부티 상공에서 미 노스웨스트 항공 소속 여객기 폭파를 시도한 2009년 이후 서방 측 감시망에 걸렸다.
산성 주사를 놓으면 폭발물과 섞여 폭발하도록 만들어진 이 폭발물은 다행히 작동하지 않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지만, 미국 정보 관계자들은 거미줄처럼 삼엄한 공항 보안 검색대를 어떻게 범인이 전혀 발각되지 않고 통과했는지에 경악했다.
이 관계자들은 또미국행 화물기에 실렸다가 영국과 두바이에서 적발된 폭발물 제조자 역시 알아시리라고 밝혔다. 폭발물을 조사한 관계자들은 배달 주소가 시카고 내 유대인 단체로 된 폭발물은 검색대를 거치지 않고 화물기에 실릴 수 있도록 포장된 휼렛패커드 프린터 잉크 카트리지 내에 감춰진 사실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1980년대 초 수도 리야드에서 직업군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화학을 전공했으며,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에 맞서려고 출국을 시도하다 사우디 당국에 적발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 수형 생활이 알아시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고 BBC 방송은 보도했다. 그는 알카에다가 발간하는 한 잡지와의 2009년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시인했다.
인터뷰 기사가 실리기 직전폭발물을 동생의 몸 은밀한 부분에 감춰 사우디 내무부 차관인 모하메드 빈 나예프 왕자에 대한 암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폭발로 동생은 목숨을 잃었지만, 나예프 왕자는 경상만 당했을 뿐이었다.
이후 미국은 알아시리에 대한 제거 작전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미국 관계자들은 2001년 알카에다의 대변인으로 자처하다 드론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 안와르 아울라키 제거공작 과정에서 알아시리도 살해됐다고 잘못 밝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도 예멘의 한 고위 관리가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알아시리가 예멘 특공대와의 교전에서 숨졌다고 잘못 밝혀 혼돈을 빚기도 했다.
알카에다와의 정보전을 지휘한 마이클 모렐 전 CIA 부국장은 "알아시리와 그가 지닌 기술은 AQAP가 보유한 힘의 주요 원천인 데다 그의 기술은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CIA에서 분석과 대테러 분야의 간부를 지낸 브루스 리들 조지타운 외교대학원 교수도 알아시리의 활동 기간이 길면 길수록 서방 측의 탐지 기술을 회피할 수 있는 폭발물 제조 전문가들을 더 많이 양성하기 때문에 미국의 안보에 큰 위협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리들 교수는 "단순한 기술 차원이 아니라 후계자들을 길러내 것을 좌우명으로 삼는 것이 알아시라가 가진 진짜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내전 상태인 예멘의 정치 불안정을 이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AQAP는 실제로는 더 위험한 조직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 두 사람의 주장이다.
더구나 미국은 올해 초 이란의 지원을 받은 후티 세력이 수도 사나 등 전국을 거의 점령하자 예멘을 무대로 대테러전을 수행하던 CIA와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소속 특수부대원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리들 교수는 눈엣가시 같던 CIA와 JSOC 소속 요원들이 철수한 상황에서 "혼란 덕택에 AQAP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으며, 알와와히시가 없어도 마찬가지"라면서 "예멘의 동부 지역에 위험한 근거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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