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종말' 선언한 아서 단토의 통찰…무엇이 예술인가
번역서 출간…"예술작품은 구현된 의미"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미술 비평가이자 철학자인 아서 단토(1924~2013)는 1964년 앤디 워홀이 뉴욕에서 전시한 '브릴로 상자'를 본 뒤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갤러리 전시작으로 관람객에게 선보여진 게 아니었다면 같은 이름의 비누 세제를 운반하는 포장 상자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단토의 '무엇이 예술인가'는 이런 물음에서 시작해 '예술의 종말'을 선언한 단토의 예술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저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은 일상에서 보는 물, 돌, 나무, 철, 종이 등 다양한 소재나 물건(?)을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접하곤 "이것도 예술인가" 하고 자문하고 때로는 "내가 모르는 그 어떤 의미가 '작품'에 숨어있겠지"라고 생각하곤 한다.
미국 철학회 부회장과 회장, 미학회장을 역임한 단토는 다양한 예술철학에 관심을 가졌고 '네이션'의 미술평론가로 일하며 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던진 예술의 본질에 대한 사고는 실은 예술과 그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해석된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노래와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예술을 그토록 강력하게 만드는 힘은 애초에 그것을 예술로 만드는 요인에서 나온다"며 "인간의 마음을 그렇게 깊이 감동시키는 것은 예술이 유일무이하다"고 말한다.
그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설명하며 "그림의 대상은 돛배, 꽃다발, 풍경, 초상, 소풍 등 일상의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고 적는다.
단토는 이어 하얀 남성용 소변기만 달랑 작품으로 내놓아 도대체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킨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소개한다.
단토는 이 지점에서 만일 눈에 보이는 차이가 없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운을 뗀다.
"나는 예술철학에 관한 첫 번째 저작에서 예술작품은 어떤 것에 관한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므로 예술작품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우리는 의미를 추론하거나 파악하지만, 의미는 전혀 물질적이지 않다. 그래서 주어와 술어로 구성되는 문장과 다르게, 의미는 그것을 담고 있는 사물로 구현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나는 예술작품은 구현된 의미라고 선언했다."(68쪽)
책은 플라톤이 생각한 예술의 개념에서 시작해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성당 천장 벽화 같은 회화, 조각, 사진 그리고 데카르트, 칸트 등에 이르기까지 예술작품과 예술과 관련된 철학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김한영 옮김. 은행나무. 24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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