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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감 흐르는 동부전선 (고성=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6·25전쟁이 일어난 지 65년이 됐으나 남북이 대치하는 전선에는 한시도 늦출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24시간 흐르고 있다.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경계작전에 투입된 육군 22사단 장병이 철책의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2015.6.21 momo@yna.co.kr |
<르포> 전쟁 65년에도 팽팽한 긴장감…동쪽 끝 GOP를 가다
(고성=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약 5m 높이의 경계초소에 오르자 오른쪽에 펼쳐진 드넓은 동해에서 바다 향기를 머금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다가 잔잔해서인지 파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따금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환경이었지만 장우현(20) 일병은 망원경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의 바로 앞에는 실탄을 장전한 소총이 북쪽을 향해 놓여 있었다.
6·25 전쟁 발발 65주년을 맞아 취재진이 지난 16일 방문한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최전방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
이곳에서 취재진은 남한 땅 북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경계초소에 올랐다.
초소 오른쪽에는 백사장과 바다가 펼쳐져 있고 왼쪽으로는 남북한을 잇는 동해안도로가 지나고 있었다.
지난해 2월 금강산에서 혈육을 만난 이산가족들의 기다란 버스 행렬이 지나간 길이지만 지금은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초소 바로 앞에는 비무장지대(DMZ) 남쪽 경계선인 3중 철책이 있고 그 너머로 수풀이 우거져 있는데 짙은 해무가 깔린 탓에 더 멀리 내다보기는 어려웠다.
해무가 끼지 않은 맑은 날에는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북한군 소초(GP)가 선명하게 보인다고 했다. 망원경을 눈에 대면 북한 군인의 작은 움직임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짙은 해무가 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자 북쪽을 주시하는 경계병들의 긴장감은 한층 커진 듯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에 긴장감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계병들은 철통같은 경계를 잠시도 늦춰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22사단은 위도상으로 남한에서 가장 북쪽에 있을뿐 아니라 북한에서 동해안을 따라 귀순자들이 내려오는 주요 길목에 있다. 비무장지대와 해안 경계를 동시에 책임지는 유일한 부대이기도 하다.
불과 5년 전인 2010년 3월에는 북한 군인 1명이 귀순하고 그를 추격하던 북한군 몇 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우리 군이 총격으로 격퇴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지 62년이나 흘렀지만 이곳에는 아직도 전쟁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북한 군인이나 민간인이 22사단으로 귀순한 것은 2010년 사건을 포함해 모두 6차례에 달한다.
취재진이 초소에서 내려와 동해안도로 쪽으로 걸어가자 군 수송 차량 3대가 장병을 가득 태운 채 철문 앞에 속속 도착했다.
동해안도로에서 북한군의 무력 도발을 포함한 비상사태가 벌어진 상황을 가정해 기동타격대의 출동 태세를 점검하는 훈련이었다.
훈련을 지휘하던 박현령(35) 대위는 "동해안도로에서 불의의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 전투병력의 엄호 속에 부상자를 구출하는 훈련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동해안도로에서 GOP 장병들이 숙식하는 생활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비무장지대 철책 사이에도 꽃은 피는 법인가. 생활관에 들어서자 경계작전과 훈련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젊은 장병의 꿈과 사랑은 피어나고 있음이 느껴졌다.
병사 10여명이 함께 쓰는 내무반 관물대에는 하나같이 이들의 부모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최전방을 지키는 병사들의 마음 깊은 곳이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생활관 1층 사이버지식정보방(PC방)에는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컴퓨터 5대가 비치돼 있었다. 이곳에서 병사들은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하며 여자친구의 사진도 보고 댓글도 단다.
비무장지대에 있는 GP들도 사이버지식정보방을 갖추고 있어 병사들이 인터넷으로 후방의 가족, 친구들과 소통하며 외로움을 달랜다고 한다.
사이버지식정보방 맞은편 식당에서는 취사병들의 저녁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저녁 메뉴는 돼지불고기, 배추된장국, 총각김치, 깻잎 찜이었다. 풍성한 저녁식사 자리에 둘러앉은 병사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생활관 밖으로 나가다가 현관 안쪽 벽에 붙은 커다란 게시판에 눈길이 멈췄다.
게시판은 병사들의 부모님과 여자친구 사진뿐 아니라 군복을 입은 부대원들이 함께 찍은 사진들로 가득했다.
게시판 맨 위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 있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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